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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에서 벗어나 내 삶의 축에 나를 세우기

타인의 삶은 정답지가 아니다

by 오뚝이

[나이를 먹으면 원래 머리가 굳어가는 걸까]


나이를 먹을수록 지식이 축적되는 게 아니라 왜 점점 더 멍청해지는 기분일까?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너도나도 말이 왜 이렇게 안 나오냐며 각자의 고충을 토로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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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혹시 위의 짤을 알고 있는가.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사진이다.

내 상황에 맞게 조금 수정해 보자면, 나는 분명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학교에 입학했을 땐 내가 꽤나 아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일을 해볼수록 나는 정말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특히 소속 없이 취준을 하고 있는 지금...

누가 나한테 "너 요즘 어떤 책 읽어? 그 책 무슨 내용이야?"라고 물어보면

어.. 그거 주인공이 뭐 자기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그 뭐더라... 암튼 재밌어 너 한 번 읽어봐."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게 된다.


"분명 아는데 설명할 수 없는 상태..."


이 상태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별 생각을 다 해봤다. 혹시 이거 코로나 후유증인가?

머리에 안개 낀 것 같은 브레인 포그 현상이 딱 코로나의 대표적인 후유증인데...


아니면 학교 다닐 때처럼 주기적으로 발표하거나 토론할 때와 달리 내 생각을 말할 시간이 없어서 뇌가 굳은 건가? 그래서 스피치 클래스도 끊어보고 유튜버가 운영하는 생각 정리하기 클래스도 알아보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래 보았다.



[굳은 건 뇌가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그렇게 나한테 필요할 법한 다양한 영상을 밤낮으로 찾아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완벽하게 말하려고" 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 아닌가.


특히 면접을 보거나 교수님이랑 상담을 할 때 100% 맞는 답이 아닌 것 같으면 머릿속으로 대답이 엉키면서 말이 제대로 안 나오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대화라는 게 사실 정답이 없는 행위인데 나는 누군가와 말을 할 때면 끊임없이 나 자신을 의심했다. 지금 옳은 말을 하고 있나? 이 상황에서 적절한 발언인 걸까?


언젠가부터 자기 검열이 심해지면서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던 20살 시절, 서투른 실력과 부족한 경험의 환장의 콜라보였지만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요즘은 다치기가 싫어서 완벽한 게 아니면 내뱉지 않으려고 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그런데 이 세상에 "완벽함"이라는 게 존재할까? 현생 인류가 생겨난 3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아직도 끝없이 발전할 게 남지 않았는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완벽함"이라는 허상에 빠져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완벽한 삶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쩌면 완벽주의라는 건 바꿔 말하면 인생에 대한 기준을 아직 못 찾았다는 뜻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을 느끼고 보람차다고 느끼는지 잘 모르거나, 혹은 내가 즐겁다고 느끼는 일이 보잘것없다고 느껴져 더 멋있어 보이는 기준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돌이켜 보니 나 역시 "나의 삶"에 대한 기준 없이 요즘 유행하는 것을 내 삶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남들 다 인턴 하니까 인턴 해보고, 남들 다 대기업 준비하니까 나도 준비해 보고. 항상 내가 어떤 선택을 내릴 때에는 "타인"이라는 기준선이 함께했다.

남들도 다 일 열심히 하고, 돈도 잘 벌고 동시에 취미 활동도 열심히 하니까 나도 그래야 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멋있는 삶에 대한 기준을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결국엔 내 손에 남는 건 하나도 없었다.



누군가에겐 꿈의 직장이

누군가에겐 당장 벗어나고 싶은 곳일 수 있다.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인 높은 빌딩이

누군가에겐 답답한 울타리일 수 있다.


누군가에겐 여유로운 삶이

또 누군가에겐 바쁘게 달리는 삶이 이상향일 수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대세에 편승하기보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나만의 기준을 찾자.



서로 다른 빛으로 각자의 하늘을 빛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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