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족한 나의 체력과 건강도 끌어안기

누구나 하나쯤은 포기하고 산다

by 오뚝이

요즘 다시 나의 허약한 체질과 끊이지 않는 잔병치레에 대한 원망심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다.

나는 선천적으로 장이 정말 약하고 예민한 타입이라 어디 한 구석이 아플 때가 많았다. 내 추측으로는 과민성대장증후군과 HSP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첫 사회생활을 했을 때, 최소 9시부터 6시까지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공간에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불편해서 한 달 내내 배탈이 났었다. 가만히 앉아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데도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그때 당시에는 내가 "일"이라는 것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그래도 사람 구실은 해야 하니까 요즘 매일매일 1시간 이상 러닝과 걷기를 반복하고, 12시 이전에 잠에 드는 착한 어린이 생활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잠시 아이스크림, 얼음물, 냉면 등 차가운 음식에 잠깐 손을 댔더니....


그것이 바로 재앙의 시작이었다.


dovile-ramoskaite-iT4qcNMhYTQ-unsplash.jpg
cody-chan-ABay2MQlpPQ-unsplash.jpg


남들은 여름철 별미로 잘도 먹는 빙수, 메밀 소바, 냉면이 나에게는 최악의 음식이었다.

배에서 점차 신호가 오더니 결국 2주째 화장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겪어본 적이 없거나 장이 튼튼한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단순히 화장실을 자주 간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장은 제2의 뇌라고 할 만큼 중요한 기관이고, 인체 면역 세포의 70% 이상이 존재하는 곳이다.

즉 장이 좋지 않으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 근래 며칠 동안 힘이 없어서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하고, 재미를 붙였던 러닝도 가지 못했다. 얼마 만에 운동에 흥미를 붙였는데.


이 세상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는 다시 장 건강 악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나는 현실에 비관하는 대신에 다른 자세를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그동안 남들에 비해 허약한 체력을 인정하지 못하고 항상 "갓생"을 사는 이들과 동일한 스케줄로 살려고 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격이다.

사람은 누구나 처한 환경이 다르고 각자 포기해야 할 것들이 저마다 있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매일 일기를 쓰고 이렇게 브런치에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면서 나의 객관적인 상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체력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한 번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길 바라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에 약속을 좀 줄이고, 부담스러운 일정은 최대한 정리를 하면서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또한 이번을 계기로 달고 살았던 간식과 주전부리를 잠시 끊으려고 한다. 실제로 장이 안 좋은 사람에게 초콜릿이나 과자 같은 가공식품은 최악이기 때문이다.


뭐든지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몇십 년 동안 나는 나를 알뜰살뜰 챙기고 돌봐야 하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자.

keyword
이전 04화쌓아두기 강박을 버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