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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두기 강박을 버리기

인생은 버릴수록 채워진다

by 오뚝이

나는 물건이든 사진이든 사이트 링크든 한 번 모아둔 건 버리거나 지우는 걸 잘 못한다.

그래서 불과 며칠 전까지 내 방은 몇 년 간 입지 않은 옷들과 풀지 않은 문제집들로 가득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나의 사진첩이었다. 인스타나 유튜브를 보다가 필사하고 싶은 댓글이 있으면 행여 잊어버릴까 바로 캡처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내 갤러리에는 스크린샷만 13,000개가 넘는다.

인스타 북마크도 마찬가지다. 게시물들을 넘기다가 나중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건 일단 저장하고 넘어가는 게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정작 이 사진이나 게시물들을 다시 찾아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필사는커녕 내가 그 문장들을 캡처를 해두었는지도 까먹고 지나가버리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정보들을 모아두는 걸까?

나는 이걸 일종의 쌓아두기 강박이라고 하고 싶다.



물론 미래를 대비해 (ex) 나중에 멘탈 관리할 때 필요한 글, 취업 및 이직할 때 필요한 정보글 등)을 저장해 두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한 행위이지만 다시 보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 말고도 많은 현대인들이 비슷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이 불안과 의사결정 능력의 저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살고 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매일 쏟아진다. 지금 당장 유튜브만 들어가도 수만 개의 영상들을 클릭 한 번에 볼 수 있고,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모아도 모아도 새로운 것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시대적인 현상이 현대인들의 모아두기 강박을 초래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을 저하시켰다고 생각한다.


며칠 내로 당장 사용하지 않을 것들이라면 사실 저장해두지 않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난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이후로, 13,000개의 갤러리들과 입지 않은 옷들, 읽지 않은 책들, 북마크 해놓고 보지 않은 게시물들을 모두 정리했다.


이렇게 방을 깨끗하게 비우고 사진첩을 정리하니 복잡했던 내 머릿속도 같이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비울수록 채워진다.


원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큰 노력 없이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시대 속에서는 오히려 챙길 것만 챙기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선택과 집중의 능력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우리의 뇌가 정보 과잉 속에서 지쳐가고 있는 걸 방치하지 말자.






오늘부터 보지 않는 스크린샷들은 과감하게 지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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