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평생의 숙제
https://brunch.co.kr/@9d43463fc4184ef/11
원래 1화로 이 글을 발행하려고 했으나 그냥 단독으로 올려버렸다.
앞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글을 읽고 와주시길 바란다.
상반기 취준을 진행하고 나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새삼 참 아이러니하다. 취업은 결국 내가 어떤 존재인지, 뭘 잘하는 사람인지를 얼마나 잘 어필하냐의 싸움인데 취준생에게는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다. 그래서 대학생일 때 미리미리 생각해두라고 하나보다.
나는 그저 열심히만 살면 취업이 잘 될 줄 알았다. 실제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 선배님들이 진행하신 취업 강연에서는 “학점 잘 받고, 대외활동 몇 개 하고, 공모전 수상하고, 인턴 한두 번 하면 대기업 간다”는 식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나만 들은 것이 아닌지 주변에 이 조건에 충족하는 사람들 투성이였다.
정말 대한민국 사람들 너무 열심히 산다.
나 역시 나름대로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렸는데 문득 돌아보니 크게 이룬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의 시선에도 상관하지 않는 나만의 가치가 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무언가가 있나?"
"내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 원하는 삶의 모습이 뚜렷한가?"
인정 욕구가 컸던 나는, 그저 남들 눈에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이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 목표가 있어야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데, 맹목적으로 "열심히"만 하다 보니까 결국엔 넘어지는 구간이 생기더라.
나이를 먹고도 계속해서 방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사실 이건 취준의 영향이 큰 것 같기도 하다. 이 시기를 잘 견디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속풀이를 해보자면..
어릴 때부터 늘 열심히 공부해왔던 나는, 어른이 되면 당연히 잘 살 줄 알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멋진 직장에 들어가 커리어를 쌓고, 성실히 저축하며 괜찮은 사람과 결혼하는 삶이 자연스럽게 펼쳐질 거라고 믿었다.
사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것이다.
그때는 되게 똑똑했는데... 그때는 되게 잘했는데...
이런 생각들이 어느새 나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교하면 정말 끝도 없는 지옥이 펼쳐진다. 남들과 비교하랴 과거의 나와 비교하랴.
이제 그만 "비교하기"를 멈추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려고 한다.
그때의 나도 나고 지금의 나도 다 나다.
그래서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에 나를 맞추기에 바쁘고,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그에 맞춰 행동하는 루틴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불합격을 반복하다 보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 ‘다른 식으로 나를 포장했어야 했나?’ 하는 자책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이런 순간일수록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 상황에선 이렇게 행동해야 하고, 저 상황에선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한다는 식의 획일화된 기준 속에서, 우리는 점점 나만의 감정과 느낌을 잃어간다.
인정욕구와 비교하기를 잠시 내려놓고 나를 그 자체로 인정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