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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an 15. 2023

죽음의 순간을 체험하고 싶다면 이 곡을!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지난주에는 차이콥스키의 결혼 생활과 성적 취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드렸었었는데요!


https://brunch.co.kr/@9d4e06de5e20474/6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차이콥스키 이야기 제2탄!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여있는 차이콥스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차이콥스키는 53년의 생애 동안 6개의 교향곡을 남겼습니다.

모든 곡이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비창’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마지막 6번 교향곡은 세상의 수많은 교향곡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곡이지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교향곡을 꼽으면 자주 등장하는 인기곡이기도 하고, 혹자는 세계 3대 교향곡 중 하나로 이 곡을 꼽기도 해요!


그런 아름다운 곡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는데, 보통 사람들이 이 곡을 들으면 ‘죽음’을 유사체험할 수 있다는 것! 죽음을 유사체험? 왠지 섬뜩해지는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궁금하신 분들, 오늘도 출발합니다! 잘 따라오세요~!




초등학생도 알기 쉬운!

교과서에는 안 나오는!

엘리의 클래식 이야기!




젊은 시절의 차이콥스키, 캬아 훈남이네요!


차이콥스키의 6개의 교향곡 중 마지막 곡인 6번 비창 교향곡의 <비창>이라는 제목은 동생 모데스트의 제안에 차이콥스키 본인이 브라보!라고 대답하며 붙여진 제목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차이콥스키의 자필 악보 표지. No.6 патетическая (비창)이라 쓰여있다.


1악장 도입부 부분


悲愴. 슬플 비, 슬플 창.

슬프고 슬프다는 제목의 곡을 차이콥스키는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썼을까요.


비창 초연 9일 후, 돌연 사망!

비창은 지금으로부터 130여 년 전인 1893년 10월 16일, 차이콥스키 본인의 지휘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초연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9일 후, 대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53세의 나이로 갑자기 사망합니다.

의문의 죽음이었어요.


차이콥스키의 죽음에 대한 공식 기록은 <차이콥스키가 레스토랑에서 끓이지 않은 물을 마시고 콜레라에 감염되어 죽었다>인데, 사실은 이 공식 기록에 관하여 수많은 물음표가 따라다닙니다.


우선 당시 콜레라라는 병은 끓이지 않은 물을 통해 전염되는 병으로 하류층에서 유행하던 병이었다고 해요.

유명 작곡가이자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였던 차이콥스키가 끓이지 않은 물을 마실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 콜레라라고 하기에는 사망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았던 점. 사후 전염 방지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등이 그 이유이지요.


당시에도 여러 가지 추측과 의견이 분분했는데 쉬쉬하면서도 전해져 오는 무서운 진실(?)은 바로 이것입니다.



차이콥스키의 동성애가 러시아 당국에 발각되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당시 정교회 사상하에 있던 러시아에서 동성애란, 곧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매우 무거운 죄에 해당했어요.

차이콥스키는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명망이 있는 작곡가였기 때문에 러시아 당국은 차이콥스키에게 은밀한 제안을 해 옵니다.

동성애자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사형을 당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자결을 할 것인가.


가엾은 차이콥스키는 명예를 잃지 않는 죽음을 택합니다.

그러자 러시아 당국은 차이콥스키에게 비소를 제안합니다.

독극물인 비소를 마시면 쌀뜨물 같은 설사를 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이것이 콜레라 증상과 매우 비슷하다고 해요. 그리하여 차이콥스키는 죽음을 결심하고 비소를 조금씩 섭취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위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설'이기는 해요,

진실은, 차이콥스키밖에 모르겠죠.

그러나 이 설을 유력하게 만드는 곡(?)이 있으니 바로 그가 죽기 9일 전에 이 세상에 내보낸 최후의 교향곡입니다.



심장이 정지하는 그 순간... 비창 교향곡 4악장


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운 교향곡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이 곡은 실제로 차이콥스키가 죽음을 결심하고 작곡한 곡은 아닐까 할 정도로 슬픔과 깊은 절망감이 느껴지는 곡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들으면 죽음을 유사체험하게 된다,라는 말을 제목에서 드렸었는데요. 그 이유는 먼저 독특한 구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들에게 익숙한 교향곡의 전형적인 구성은 1악장이 좀 빠르고 드라마틱하게 시작해서 2악장은 늦은 템포에 조용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전개, 3악장은 3박자의 스케르초, 4악장 빠르고 힘찬 피날레.


곡에 따라 조금씩 변화는 있을 수 있습니다. 3악장이 생략되는 경우도 있고 2,3악장 느낌이 서로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 구성이지요. 또한 마지막 피날레를 화려하게 끝내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 곡만큼은 완전히 다릅니다.

무겁고 어두우면서도 애수에 찬 1악장, 2악장은 5박자의 아름다운 왈츠이고 3악장은 마치 피날레처럼 빠르고 활기차고 화려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왈츠와 화려한 3악장 뒤에 찾아오는 4악장이야말로 이 교향곡의 핵to the심! 이지요.


https://youtu.be/vqgP1XBX27c

프랑스 국립 방송 관현악단과 정명훈 님의 비창 4악장   


4악장은 매우 느리고 조용합니다.

마치 살아생전 춤추듯 아름다웠던 삶과 화려한 성공과 사랑, 그 뒤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처럼요,

통절한 슬픔이라 할까요. 체념이라 할까요.


느리고 어둡고 슬프게 전개되던 곡은 종국에는 조용히 사라지는 것처럼 끝을 맺습니다.

아니 이렇게 어두운 피날레가 또 있을까요. 약하게 뛰고 있던 심장이 마침내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는 것처럼 말이에요.

4악장을 들으면 역시 차이콥스키가 죽음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은 아닐까, 본인을 위한 진혼곡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많은 사람들의 추측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클래식 이야기. 어떠셨나요.

엘리의 퍼니클래식은 다음 주에 또 찾아옵니다!

마무리는 언제나 성급하게

모두들 굿나잇!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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