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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문 Oct 14. 2021

자꾸 그러시면 신고합니다.

 카카오프랜즈 '라이언'을 곰돌이라고 했을 때.

옛날만 해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삼촌이나 외삼촌을 보고 '아재'라는 호칭을 많이 사용했었다. 요즘은 결혼한 남자 어른도 '아재'라는 표현을 쓴다. '아저씨'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재'라고 하면 '꼰대' 대명사까지 따라붙을 정도로 친근하게 불리지는 않는다.


"아재라니.. 내가? 아니 왜 아재라는 거야?."


지난번 추석이 지나서 빚내서도 친다는 가을 골프 라운딩을 나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나의 드라이버 클럽은 카카오프렌즈 인형 커버를 애장하고 있다.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우승 상품으로 받은 거라 애착이 있는 커버다.

라운딩 하기 전 멀리서 대기하고 있는 카트가 보이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귀엽고 예쁘다.


 : 캐디님. 이거 곰돌이 커버 벗기지 말고 꼭 끼고 다녀주세요.

남자 캐디 : 네? 곰돌이 아닌데..

 : 곰돌이 맞아요.. 여태껏 곰돌이라고 불렀어요.


같이 라운딩 한 동반자에게 곰돌이가 맞지 않냐고 되물었다. 맞다고 맞장구를 쳐줬다.


 : 거 봐요.. 곰돌이가 맞다니까..

남자 캐디 : 고객님...... 라이언입니다...

남자 캐디 : 귀엽게 생겼지만 사자!라고요..


센스라고는 일도 없는 캐디분께서 우리 라이언을 곰돌이라고 한 말에 욱해서 친절하게 일침을 주셨다. 당황스러웠지만 핸드폰으로 재빨리 검색을 해봤다.


이 이미지는 PPL이 아닙니다. *^^*



'RYAN' 갈기가 없는 게 콤플렉스인 수사자. 큰 덩치와 무뚝뚝한 표정으로 오해를 많이 받지만 사실 누구보다 여리고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고, 아프리카 둥둥섬 왕위 계승자였으나, 자유로운 삶을 동경해 탈출하고, 꼬리가 길면 잡히기 때문에 꼬리가 짧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오해를 살법도 했다. 나이 어린 캐디가 라이언을 곰돌이라고 했던 고객님은 처음이었다며 웃었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에피소드인데도 왠지 마음은 씁쓸해졌다.

'당신도 나이를 한번 먹어보세요'라고 대꾸해 주고 싶었지만 '아재가 다 그렇지' 하고 웃어넘겼다.


중요한 회사일로 협력사를 찾아가면 주로 회의실에서 미팅을 한다. 보통은 회사 경리분이 와서 마실 차를 미리 주문받는다. 어색하고 딱딱한 처음 회의 분위기를 바꿔줄 유머 가득한 인사가 필요해 보였다.


경리 : 저... 회의 시 차는 뭘로 준비해 드릴까요?

 : 아... 네... BMW나 아우디도 되나요...

경리 : 여기서 이러시면 신고 들어가요...

 : 죄송... 그냥 하도 분위기가 어색해서...

경리 : 혼인신고~ ^^

 : 네?


웃지도 않고 순간 얼음이 되어버린 나의 얼굴 표정이 마스크를 썼어도 가려지지 않았나 보다.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괜한 아재 개그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런 쓸데없는 농담을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서 툭~ 튀어나왔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가족들과의 식사시간 대화에서는 극명하게 갈린다.


 : 앵글아 너 혈액형이 뭐였더라?

앵글이 : O형

 : 아.. 난 인형인 줄 알았지 뭐야~"

앵글이 : 앗! 아빠. 그만 좀.. 안 재밌어.


정말 재미없어하는 앵글이 와는 다르게 옆에 있던 아내는 박장대소를 했다. 표현이 솔직한 앵글이는 아빠를 걱정해서 진심 아재 개그는 그만하라고 했지만 아내는 재밌다고 계속해도 된다고 했다. 시대를 함께 살아온 아내는 내가 불쌍했나 보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간다. 엄청난 숫자의 구독자를 보유한 작가선배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괜히 주눅이 든다. 점점 글을 이어 쓰기가 쉽지 않다. 관심 있고 인기 있는 내용으로 글을 써 보기도 하지만 술술 이야기가 풀리지는 않는다. 글 쓰는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는 것인가 열정이 불타오른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다른 작가님의 글도 열심히 읽고 꾸준하게 브런치 활동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필력도 좋아지고 구독자도 늘어난다는 선배 작가의 조언에 용기를 얻어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작가도 태생부터 천재는 없는 것이라 믿고 싶다. 재능은 1% , 노력은 99%라고 했다. 노력 없는 아마추어 시절이 없다면 프로가 될 수도 없다. 나 자신의 힐링과 모멘텀이 필요해서 브런치를 시작했듯이 욕심내지 말고 누가 읽어주든 읽어주지 않든, 관심 있든 없든 크게 신경 쓰지 말고 평소와 같이 일기를 쓰듯 일상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다 보면 나중에 돌이켜 보았을 때 멈추지 않고 계속 한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회상했을 때 주는 노력의 대가는 스스로에게 주는 상이 크리라 생각하며...











Your beginnings will seem humble, so prosperous will your future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기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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