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된장과 국간장

[ 푸드에세이 ] < 행복레시피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국간장이 바닥을 보였다. 벼르다가 메주 두 덩이를 사다 국간장을 담갔다. 국간장을 담그면 자연스레 국간장을 담그기 위해 넣은 메주를 건져 된장을 담그다 보니 된장 양이 많아졌다. 간장을 담그기 위해 항아리를 깨끗이 닦고 가스불에 얹었다. 짚으로 항아리 소독을 하면 좋겠지만 지금의 환경과 괴리감이 있다. 또 항아리 속에 짚불을 켜면 불이 날 수 있으니 위험천만한 일! 매년 바람 많은 봄철이면 산불이 나서 잡느라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거나 재산을 잃었다. 나만의 항아리를 소독하는 독특한 방식은 무거운 항아리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가스 불을 켜고 항아리 안을 소독한다. 1980년대처럼 간장을 담그려면 소금을 바구니에 담아 물을 부어주며 녹이고 메주를 넣고 계란을 띄워 염도를 쟀다.


소금을 녹인 물에 메주를 넣고 백일의 기다림 끝에 메주를 건져 된장을 담그고 메주를 건진 간장물을 가마솥에 다려 식힌 후 항아리에 부어주었다. 2023년인 요즘은 오십여 일 만에 메주를 꺼내고 간장을 달이고 된장을 간장물을 부어주고 소금을 추가하여 담갔다. 흐름에 맞춰 2023년에는 국간장을 담근 지 52일 만에 메주를 꺼냈다. 건진 메주는 된장을 담그고 국간장은 다려서 항아리에 넣었는데 처음에는 맛이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숙성이 잘 돼 국간장이 맛있어졌다. 된장도 예전처럼 색깔이 검지 않고 색깔도 예쁘고 무척 맛있다.


국간장이 가장 맛있을 때는 국간장과 인삼 한 뿌리, 양파를 넣고. 핏물을 우려내고 뜨거운 물에 한 번 데친 갈비를 압력솥에 넣고 30분 동안 끓이면 기가 막히게 맛있는 한우갈비탕이 된다. 특별한 게 들어가지 않아도 국간장이 들어갔다고 갈비탕 맛이 깊다면 믿으시겠는가, 먹어보지 않고는 한우갈비탕 맛을 가늠할 수 없다.



간장을 빼고 새로 담근 된장이 맛있게 숙성되었다. 숙제가 남았는데 묵은 된장이 큰 항아리의 반 가까이 남았다. 씨된장을 넣고 담근 거라 3년쯤 되었다. 예전 방식이라 국간장을 빼고 백일 후에 꺼낸 메주로 담가 된장 색깔이 노랗지 않고 가매졌다. 유리로 된 항아리 뚜껑을 덮었더니 된장이 가진 수분이 햇볕에 증발해 버린 것이다. 2022년도에도 그랬다. 된장 항아리의 수분이 사라졌다. 증발한 수분을 보충하고자 메주콩을 불려 물을 자박자박하게 넣고 죽처럼 푹 삶았다.


2014년도에는 수분이 빠지고 직원이 담가준 된장이 짜서 보리죽을 멀겋게 끓여 섞어주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된장 양이 매년 늘어나고 맛있어졌다. 2022년에는 메주가루와 엿기름물을 넣고 수분을 보충해 주었다.

이제는 된장 양을 늘릴 필요가 없다. 자식들이 집밥을 자주 해 먹지 않으니 된장 소비가 적어 가져가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또 고민이다. 어떻게 할까, 골똘히 연구해 봤다. "된장 양을 늘리지 않고 수분을 어떻게 보완해 줄까?"

드디어 고심 끝에 답을 찾았는데 그건 엿기름물을 묽게 달여서 부어주고 섞어주는 것이었다. 엿기름 한 봉지를 사서 엿기름을 물에 주물러 체에 걸러 솥에 넣고 끓였다. 끓인 엿기름 물을 식혀 항아리에 부어주고 마른 된장과 섞어주었다. 된장항아리 위에 얹은 굵은소금이 많이 남아있어 소금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백일쯤 지난 어제, 된장항아리를 열어보니 하얗게 골마지가 살짝 끼었다.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 낀 골마지를 수저로 긁어내고 금방 먹을 된장을 떠내고 날 김으로 푹 덮어줬다. 된장 맛을 보니 아주 맛있어졌고 수분도 적당하다. 연구한 보람이 있다. 연구가 성공한 셈이다.


옆에 있는 고추장 항아리에도 골마지가 살짝 끼었다. 위에 덮은 김을 젖히니 빨간 고추장이 날 보더니 방긋 웃는다. 고추장을 조금 떠냈는데 맵지 않고 맛있게 숙성되었다. 올해 2월에 담근 고추장과 반가운 첫 만남이다.


장을 담그는 건 기다림이다. 적당한 시간과 햇볕과 공기, 항아리의 합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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