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이 집에서 비싼 메뉴가 뭐야?
그는 틈틈이 집에서 하던 미장일을 직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타고난 말재주는 없지만 손재주가 있었다.
제법 눈썰미 있게 평평하고 고르게 바닥이나 벽을 바르는
미장일은 건물을 짓는 공사장이 늘어나면서 일감이 밀려들었다.
공사를 맡은 사장들이 찬수를 부르는 횟수가 점점 더 늘어났다.
한 달의 반인 보름만 일해도 한 달 동안 일하는 기사일 보다
수입이 두 배가 넘었다.
공사장 일은 돈벌이는 좋은데 함정이라면 비가 내리는 날은
일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어느 비가 내리는 오후였다.
그는 밀린 노임도 두둑이 받았으니 기분도 낼 겸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승용차를 몰고 읍내로 향했다.
장미 다방 앞에 차를 세우고 다방으로 내려가서 푹신한
의자에 엉덩이를 묻었다. 의자에 앉기가 무섭게 반색을 하며
아가씨가 엽차를 들고 차를 주문을 받으러 왔다.
- 오늘 새로 출근한 이양이라고 해요. 차 뭐로 드릴까요?
- 처음 보는 얼굴이네, 나 몰라요? 다들 알고 있는데. 커피 여섯 잔.
- 여섯 잔요?
이양이 되물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지 의아한 눈으로
출입구를 보며 일행이 또 있는가? 살피는 눈치다.
그는 어깨에 힘을 주더니 말을 덧붙였다.
- 누구는 입이고 누군 주둥인가? 이 아가씨가 뭘 모르네?
주방아줌마 한 잔, 이 양 한 잔, 박 양 한 잔, 김 양 한잔,
마담 한 잔, 그리고 나? 여섯 잔 맞지? 첫 출근해서 간단한 셈도 모르네?
기본이 대여섯 잔? 차 인심이 후한 노총각농부님을
첫 출근한 이양이 당연히 모를 터, 차 인심이 좋은 총각을
모르는 사람은 읍내 다방에 없었다.
그에게 업소조합장이란 별명이 생겼다.
그는 커피를 마시고 이양을 지목하여 시간 비로 빳빳한
오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카운터에 지불했다.
티켓 비는 한 시간에 이만 원인데 주인이 만삼천 원 갖고
이양이 칠천 원 먹는 구조였다.
5시간이니 삼만오천 원이 이양의 순수 수입이다.
찬수는 이양을 태우고 궁평항으로 드라이브하고 그럴싸한
횟집에서 비싼 민어회에 매운탕까지 먹으며 신이 났다.
4시간 지나 읍내로 돌아오는 길에 파스타도 먹었으나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장미 다방 앞에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장미 다방 건너편에 있는 양지다방 초창기 멤버 순심이
카페를 개업하는 날이다. 업소조합장인 그의 발길이 바빠졌다.
마트에 들러 두루마리 화장지 한 묶음을 사 들고 개선장군
처럼 카페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막상 카페에 들어갔지만.
화장지를 든 모습이 멋쩍은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 순심 씨! 아니 김 사장, 부자 되시게~ 떼돈 왕창 벌라고!
그는 속삭이듯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인사말을 건네고
뒷머리를 극적 인다. 오리여사 순심은 호들갑을 떨며
서양식 인사로 찬수를 살짝 안았다.
가지고 온 두루마리 화장지를 보더니 입을 살짝 삐죽였다.
속으로 ‘화장지는 무슨? 천장 닫는 큰 화분이나 사 올 것이지?’
라고 생각하지만 겉으로는 반색을 하며 그를 껴안았다.
- 고마워, 오빠! 뭐 이런 걸 사 왔어? 오빠가 최고다. 이리 앉아,
떡 먹어!”
- 개업 떡, 좋지. 그보다 개업한 기념으로 매상은 올려줘야지.
이 집에서 제일 비싼 메뉴가 뭐야? 내가 테이프를 자르면 대박 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