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단편소설 연재] < 불편한 진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현우는 강원도 호텔과 리조트 식당에 아르바이트한다.

그는 하연과 함께 할 미래를 꿈꾸고 있다.

주 5일 근무인데 주말과 휴일에 근무하였더니 월급봉투가 두둑하다.


평일 8시간 근무지만 초과 근무를 서너 시간 한다.

과거에 유명세를 떨치던 셰프들이 정년퇴직 하고

배운 것이 요리이니 그곳에서 알바로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퇴근 후 숙소에 오면 낮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조촐한 술파티가 열린다.

소주에 레몬을 넣어 마시니 취하지 않았다.

낮동안 겪은 서름과 함께 레몬소주가 술술 잘 넘어갔다.


매일 술을 마시다 보니 혈압이

140, 150, 170까지 쑥쑥 겁도 없이 올라간다.

각자 만든 안주 요리가 한 상 가득 푸짐하다.

안주가 좋으니 술이 아니다. 그들에게 위안이다.

한잔 술에 하루의 피로와 서글픔.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잠들면 술을 마신 후라, 코 고는 소리가 다양하다.

매일 듣다 보니 그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유명호텔 조리이사 이거나 조리장이던 사람이

남의 지시를 받아 요리하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삼십 대, 사십 대에는 최고 셰프로 스카우트되어

지방 호텔을 전전하며 살았다.

그는 아내와 알콩달콩 살거나 진한 동지애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부부는 얼굴 맞대고 싸우며 살아야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비 성수기이면 회사에서 할당된 할인쿠폰으로

근무처인 유명 호텔에 가족을 초대하여 최고로

좋은 특급실을 이용하게 하였다.

고생하는 아내를 위한 특별 이벤트였다.

그럴 때마다 아내가 행복해했다.


회사에서 계획한 외국여행에 부부가 합류했다.

아내와 동지애보다 남자로서 본능에 충실했다.

그의 인생은 보통의 부부들처럼 평범했다.

현우는 그의 결혼생활이 불행하지는 않았다고 하연에게 말했다.


근무하는 호텔의 매출이 떨어지면 요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닦달을 칠 때도 있지만

주방에서의 생활이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었다.



출근해서 요리하고 요리사들 관리하는 것이

다소 지치게 하고 무료했다.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개인 식당을 개업했다.

아내가 서빙을 하며 계산을 하고 그는 주방에서 요리했다.


까다로운 손님이 그의 요리에 태클을 걸면

그는 가차 없이 그 손님을 식당에서 내쫓았다.

그는 주방에서 요리만 했어야 하는데 경영하는

아내의 영역에 참견하고 침범하자 아내가 뿔났다.

이혼하겠다고 친정으로 가더니 오지 않았다.

결국 식당이 문을 닫고 말았다.


그는 요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각별하다.

요리를 하며 재료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다.

최고요리사가 되기 위해 많은 요리책을 읽었다.


요리를 연구하다 보면 그 재료만이 갖는 장점과

단점을 알아내서 요리에 접목시켰다.

그는 원하던 맛이 나올 때까지 수십 번 만든다.

어느 순간 그가 원했던 맛을 찾았을 때 그때의

희열은 그의 인생에 활력제이고 기쁨이었다.


식당은 맛이 좋다고 100% 성공하는 건 아니다.

고객들과의 소통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태리에 가지 않아도 책을 통해 파스타와 만났다.


이태리 지방에서 유명한 파스타 볼르네이즈를

만들기 위해 수십 번 시행착오를 겪었다.

맛은 그 맛인데 그런데? 뭔가 허전한 맛이다.



그는 파스타 면을 10개 이상 사다 그가 만든

양념소스를 얹어 먹어보았다. 그때 알았다.

파스타 면은 고온에 뽑느냐 저온에 뽑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파스타면의 굵기도 중요했다.


저온에 뽑은 8호 면. 가는 것이 적당한 걸 알아냈다.

저온에 뽑은 면이 쫄깃하고 뚝뚝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때 그 희열은 말로 할 수 없었다.


강원도 리조트 호텔에 근무하며 미래를 위해

파스타와 돈가스를 연구했다.

그는 하연과 함께 식당을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하연이 옆에 있으면 그의 인생이 성공할 거 같았다.

하연이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불끈 솟았다.


이번에 식당을 열면 하연에게 경영과 서빙을 맡기고

주방에서 요리에 전력을 기울일 거라고 마음먹었다.

하연은 뭔가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그는 하연과 함께라면 뭐든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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