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메뉴에 반한 사람들

[단편소설 연재] < 불편한 진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그들이 운영하는 양식당은 작지만 아담했다.

현우는 호텔에서 하던 코스요리를 메뉴에 넣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위한 코스요리

결혼기념일이라서 남편이 아내에게 주는 멋진 한 끼!


환갑생일을 맞은 부모님을 위해 마련한 시간

일가친척이 모여서 셰프의 정성이 가득한

10가지의 코소요리가 인기가 있었다.

그들의 양식당을 찾은 고객들은 만족했다.


평택이나 천안, 대전에서도 하연의 블로그를

통해 고객들이 양식당에 찾아들었다.

부산이나 먼 지방에서도 양식당을 찾아왔다.


천안에서 오는 사람들은 먼 길 자주 찾아주었다.

회장님이란 사람이 들리고 직원들을 보냈다.

하연의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들이 그리 반갑거나 탐탁스럽지 않았다.

맘 잡고 운영하는 현우에게 바람을 가득 넣었다.


그들은 현우의 지인을 통해 아는 사람들인데

그의 가게를 방문할 때마다 키오스크 메뉴를

하나하나 맛을 탐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닭가슴살 샐러드와 돈가스,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먹어보더니 반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며칠 후 그들 일행이 양식당에 찾아왔다.

2년여 세월이 흐르자 양식당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코스요리도 자주 들어왔다.


현우가 기대치는 아니나 매출이 신장되었다.

천안에서 온 사람들이 맘에 들어했다.


현우는 그들과 쑥덕공론으로 뭔가 준비한다.

청산유수처럼 말 잘하는 그들에게 꽂혔다.

기술을 양도하고 이익을 챙기면 좋은데 방향이

아니라고 하연이 뜯어말리며 천천히 가자고

했으나 현우는 하연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연은 현우에게 실망하더니 마음을 닫쳤다.

현우는 하연과 운영하던 양식당을 접고 말았다.

그들의 미래가 있는 업장이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현우는 그들과 합세하여 서울에 양식당을 냈다.

체인을 내서 사업장을 확장하려고 시도했다.

최고 요리사인 현우가 원하는 원료를 사용하지

않더니 개업 후 한 달 만에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현우는 중간관리자를 설득했으나 먹혀들지

않자, 심한 스트레스로 다리가 마비되었다.

가게도 나가지 않고 자리보전하고 누웠다.

몸과 마음이 굳어 움직이지 못해 방에 갇혔다.

하연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현우.


하연이 옆에 있었다면 무서울 것이 없던

그였는데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하연과의 미래도 일장춘몽이 되었다.

그들과 얽히고설키더니 송사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그들은 모든 원인이 현우의 잘못이라고 했다.

현우의 현명한 아내는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송사로 재산을 잃을 거 같은 아내는 초조했다.

세월이 흐르자 오해를 풀었는지 소식이 끊겼다.



현우가 양식당을 접고 떠난 후 하연은

그를 가슴에서 떠나보내려고 마음을 굳혔다.

이별 연습을 수없이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세상사가 덧없고 슬프기만 했다.


현우를 잊으려고 식당 알바로 몸을 괴롭혔다.

하연이 근처 마트에 갔다가 찬혁을 만났다.

하연은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몇 달 후, 현우는 새 직장을 얻었다.

하연이 옆에 없으니 세상사 시들해졌다.

그는 살기 위해 하연을 서울로 불러들였다.


같은 직장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싶었으나

하연은 내키지 않는다며 면접만 보고 갔다.

하연은 귀가 얇은 현우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와 얽힌 삶을 원하지 않았다.

힘든 이별이니 시간이 얼마쯤 흐르길 기다린다.



현우는 하연을 보지 않으니 죽을 것만 같다.

하연의 목소리를 들으니 살 거 같은 그였다.

하연의 목소리에 용기를 얻고 굳어져 가는

다리를 걷기 운동으로 일으켜 세웠다.


꿈에 부풀어 새로 얻은 업장에 출근했다.

생각보다 매출이 나오지 않아 심란했다.

업장 사장과 나눠먹는 구조인데 매출이 많으나

배달이 늘었고 배달비가 음식값에 포함되지

않는 구조라서 수지가 맞지 않았다.


결국 그는 손을 털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기술만 가르쳐주고 빈 껍데기 몸은 빠져나왔다.

하연은 그런 현우가 맘에 들지 않았다.

남편을 신뢰하지 않는 그의 아내가 이해되었다.

고집을 부리면 휘거나 꺾이지 않는 현우였다.


keyword
이전 21화21화. 두 사람이 뭉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