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연재] < 불편한 진실 > 유정 이숙한
하늘이 맑고 푸르다. 초여름 어느 날이었다.
서울 시내 한복판 130층 아파트 빌딩들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도심 속 한가운데
아기자기한 공원에서 두 유령이 만나기로 했다.
헤어지고 6개월 만이다.
하연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가는 현우의
심장이 요동친다. 그가 하연을 사랑하는 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가 하연을 사랑하는 건 호흡이며 삶의 전부였다.
그는 두근 거리는 가슴을 안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초음파 사진 속 아기들의 심장박동처럼
그의 심장이 박동 소리가 확성기에 확대되어 그에게 들린다.
굳어져가던 다리의 경련이 많이 풀렸다.
하연을 만난다고 하니 삐그덕 거리던
다리도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서울의 하늘이 그의 심장처럼 벌떡거린다.
도심 속 공원에 앉아있는 하연을 보니 반가움에
목이 메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불렀다.
"도치야?"
고슴도치가 듣기 거북해서 도치만 부른다.
하연을 부르는 애칭이다.
그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하연의 행복을 빌었지만
하연을 향해 뛰고 있는 심장은 멈출 수 없었다.
하연은 그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움과 보고픔을 세트로 묶어 마음속 창고에
꼭꼭 보관했는데 그의 목소리에 무너지는 하연이다.
하연은 수척해진 현우를 보니 눈물이 난다.
일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났다.
일을 핑계로 얼굴이 보고 싶어 부른 현우였다.
하연의 지인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지하철을 타고 하연이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곳으로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다.
130층 아파트 공원 숲 사이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두 사람의 사랑이 하늘 끝에 닿았다.
그리움이 시내를 이뤘다. 매미들이 그들의
못다 이룬 사랑을 피 터지게 노래를 부른다.
하연은 현우와 같은 공간에 있기 싫었다.
집과 떨어진 곳에 방을 얻고 그와 엮이는 것이
내키지 않은 하연은 희망고문을 멈추고 싶었다.
하연과 현우는 사랑을 공유한다.
하연은 세상 사람들에게
"이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남자다."
떳떳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사랑을 꿈꾼다.
하연은 현우가 새로운 일에 정착할 때까지
소통의 통로를 잠시 열어두었다.
하연은 현우보다 몇 배 더 미치도록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아픈 사랑도 시간 앞에 굴복한다."
언젠가 보낼 사람이기에 이별을 준비했다.
그와 보낸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온전히 가질 수 없는 사람이기에 잊기 위해
많은 시간을 수없이 방황했다.
눈물도 사치라고 생각한 하연은 마음은 현우를
향해 한없이 달려가고 있는 마음을 가까스로 붙잡고 있다.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너무 아팠다.
“아픈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한다고 했던가?”
하연은 방황의 끝자락에서 친구의 소개로
아내가 없는 백 프로 솔로를 만났다.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그녀의 이상형이었다.
말수가 적고 가슴이 따뜻한 남자다.
그의 눈에서 사랑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그와 사랑을 나누면 정신과 육체가 하나 되어
편안하고 행복하다.
늦가을 바람은 차지만 맑은 날씨의 연속이다.
하연은 그의 맘 씀씀이와 행동이 맘에 든다.
어쩌다 늦게 만났는지 아쉬울 뿐이다.
현우를 만나기 전에 만났으면 사랑의 아픔을
겪지 않았을 터인데..
그는 배려심 깊고 인성을 갖춘 젠틀맨이다.
현우는 하연이 돌아와 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현우는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에서 지낸다.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하연이 받지 않는다.
이런저런 핑계로 하연에게 카톡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