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연재] < 불편한 진실 > 유정 이숙한
하연은 근무시간이 끝나면 가게 자리를 보러 다녔다.
괜찮은 곳이 있으면 현우가 주말에 내려와 같이 보고
그렇게 몇 달 동안 가게를 알아보러 다녔다.
현우의 지인이 인천 공원 근처에 몸만 들어가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자리를 소개해 주었으나 월세가
비싸서 자신이 없어서 그곳은 얻지 않았다.
시내에서 떨어진 외진 곳, 저렴한 가게를 얻었다.
현우는 모은 돈을 하연에게 보내왔다.
하연은 당근마켓을 통해 탁자와 의자, 튀김기,
냉장고와 화구 등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새 건물인데 몇 달째 비워져 있어 바닥에 시멘트가 남아있다
우여곡절 끝에 하연과 현우가 하나로 뭉쳤다.
현우도 근무 중 쉬는 시간이면 필요한 설비를
당근마켓에서 구하면 하연은 가서 보고 사진을 찍어 확인시켜 주었다.
주방 냄새를 뽑아낼 닥트를 설치하고
현우는 쉬는 날 가게 바닥을 에폭시로 칠했다.
유리알처럼 맑은 빈티지 타입의 바닥으로 바꿨다.
현우는 호텔에 근무할 때 소장한 고급 접시를
가져오고 주방 필수품들을 챙겨 왔다.
가게 설비가 마무리되었다.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영업신고를 하면 가게
문을 열면 된다. 키오스크가 들어왔다.
작지만 아담한 양식당이다.
현우는 크림 파스타와 볼로네이즈 파스타,
닭가슴살 샐러드 등. 소스와 양념들을 준비했다.
자질구레한 양념들도 사다 놓았다.
오백 번의 실험 끝에 태어난 발효 염지액으로
돈가스와 닭가슴살을 재우고 양념 준비가 끝났다.
인천 부평의 어느 동네 간판도 없이 허름한
가게, 얼핏 보기에 사무실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이
“뭐를 전문으로 만드는 양식당이냐”라고 물었다.
하연이 간판을 하자고 해도 간판 없이 입소문을
통해 고객을 늘리고 싶은 현우는 반대했다.
어름어름 아는 지인들이 양식당을 찾아왔다.
하연은 배달을 통해 가게를 홍보했다.
배달해서 먹은 고객들이 하나둘 앞을 다투어
파스타와 돈가스 맛이 대한 리뷰를 달아주었다.
배달이 무척 늘어났다.
하연은 한가한 시간이면 명암을 들고
거리 홍보를 나갔다.
하연의 명암을 받은 고객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점심시간이 되면 자리가 꽉 찼다.
하연이 간판을 달거나 현수막을 걸자고 했으나
현우는 고집을 부리며 반대했다.
입소문으로 홍보하려면 2~3년 걸리는데 고집을
부리는 현우. 하연은 배너 광고판을 제작했다.
현우는 손맛에 대한 자신이 있으니 반대했다.
그들의 가게가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입소문은
한계가 있었지만 고객이 점점 늘어났다.
삼십 킬로 미터 거리에서 찾아오고 입소문이
퍼져갔다. 현우는 그것으로 양이 차지 않았다.
현우는 서울에서 샐러드 뷔페를 할 때처럼
고객을 줄 세울 만큼 요리에 자신이 있었다.
그의 양식당에 아내가 자식들이 다녀갔다.
아내는 무조건 하연의 말만 들으면 된다고 했다.
아내는 두 사람 관계를 모른다.
“당신 고집받아줄 사람 세상에 없으니 하연 샘
말만 들으면 돼요.”
그나마 아내와 입을 뗀 된 것도 하연 덕이었다.
하연은 시간이 날 때마다 아내와 잘 지내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나 현우는 뒷등으로 흘려들었다.
하연을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
늦가을이다.
그의 식당에 찬혁이 고객과 함께 찾아왔다.
찬혁은 하연의 얼굴이 보고 싶어 찾아온 것이다.
어떤 남자기에 그토록 잊지 못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찬혁이다.
하연이 “어서 오세요?” 인사를 했는데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다름 아닌 찬혁이었다.
찬혁은 하연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하연이 가슴이 쿵 내려앉았으나 현우에게 말하지 않았다.
찬혁은 키오스크를 통해 돈가스를 주문했다.
찬혁은 한 달에 한두 번 양식당을 찾아왔다.
그는 돈가스가 그리운 걸까, 하연이 그리워
찾아온 걸까, 세 번째 방문에는 하연과 눈이
마주쳤으나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주방의 셰프의 모습을 유심히 훔쳐볼 뿐이다.
그 후에 찬혁은 아들을 데리고 와서 돈가스를 먹었다.
그쯤 하면 잊을 법도 한데 언제쯤 그녀를 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