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라면만 먹고 살아도

[ 단편소설 연재 ] < 불편한 진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 당신이 내려온다는 말이 확실치 않았어요. 우리가

좋은데 여행 다니거나 좋은 음식 먹으러 다니는 것도

아니지만.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꿈을 꾸는 동물인가 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노력해 볼게요. 한번 먹은 마음은

함부로 바꾸지 않아요. 온종일 그대랑 같이 있고 싶어요.

솔직히 다른 남자들에게 그대를 보여 주고 싶지 않아요.

숨겨두고 나만 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고마워요. 맘 달래려고 그림 그리고 있어요. 좋은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났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려고 했어요, 내가 옆에 있어야 당신이

행복한 걸 왜, 몰랐을까요? 역시 난 바보가 맞아요.


- 자기는 내 보물! 마주 보고 누우면 라면만 먹고

살아도 좋고 두 끼만 먹고살아도 행복할 거 같음.

그대 앞에서 아기가 되고 싶음. 가슴과 맛집도 처녀,

매력 덩어리! 천박하지 않은 고급진 사랑을 하고 싶음.

당신은 사람 녹이는 재주가 대단합니다. 날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어 정신 차리고 살 수 없음. 자기에게 취해

몽롱한 상태로 사는 자기 바보입니다.


- 사랑하면 바보가 되는 법!! 저 역시 바보입니다.


- 자기가 해주는 밥 먹고 싶음. 80세까지 처녀로 살게

될 거야. 죽을 때까지 처녀로 생각할게. 자기는 남자를

가지고 놀만큼 여장부지. 내가 리모컨 되어주려고 했어.

투정도 사랑스러워. 내 마음의 고향! 고추잠자리 고향…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 역시 비타민 주사가 만병통치약이군요. 반나절 동안

비타민 주사를 맞고 살을 비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니까~


- 지금도 좋았던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에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 맞습니다. 행복은 우리 곁에 있는데 보이지 않지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분한 행복을 느낍니다.

참매미 노랫소리도 아름다운 일요일 아침. 나의

자산이자 보물.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 감사합니다.


현우는 돌아선 하연의 마음이 많이 고마웠다.

작은 식당을 내서 하연을 옆에 묶어두려는 심산이다.

그녀만 옆에 있다면 뭐든 자신 있는 그였다.


현우는 하연의 충고대로 무일푼인 무보수 1인 사원을

그만두고 강원도 리조트 호텔 아르바이트 셰프로

취직되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에 특근해서 월급봉투가 두둑했다.

매달 번 돈을 조금씩 모으고 있었다.



멀리 있다 보니 매주 하연에게 오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본가에 들러 작은 방에서 하룻밤 묵는다.

남보다 못한 아내였으나 의심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가화만사성이니 집안이 시끄러운 것이 질색인 현우다.


한 달에 한 번, 집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았는데

캔맥주가 여러 개 들어있었다.

그의 아내가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시고 잔다.


아내가 현우에게 카톡을 보냈다.

"자식도 남편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세상 사는 맛이 없다. 죽고 싶다!"


아내가 생목숨을 끓으면 자식들 원망 듣는다.

그래도 기본 양심은 있는 현우다.

'사람 목숨은 살리고 봐야지?' 아내는 잘못이 없는데

생목숨을 끊게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낸 그는 카톡으로

아내를 다독여 주었다.


마음은 하연에게 있고 껍데기는 인천의 집에 있다.

하연은 현우에게 아내에게 잘하라고 타이른다.

아내를 속였으니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용서를 받을 거라고 하지만.

그는 충고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우는 아내와 눈을 피한다.

아내는 그가 좋아하는 막걸리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같이 한 잔 하고 품에 안아달라는 이야기다?

벌써 2년째 아내만 보면 고개를 숙인다.

하연이 그를 믿어주자 고개를 빳빳이 들었으니…


쉬는 날이면 본가 아래층의 세 준 방을 수리한다.

남에게 시키면 돈이 수월찮게 드므로 아껴야 했다.

가장 체면을 전당포에 맡진 지 오래지만 해야할 도리는 한다.


현우가 오지 않는 주말이면 허전한 마음 달릴 길 없는 하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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