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떽리베리의 어린 왕자 책을 오랜만에 읽어본다.
약 사십여 년 전 이십 대에 어린 왕자에 푹 빠졌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책은 그때 읽은 거와 다르다.
여러 번 읽어서 그 내용을 외우고 있다.
번역이니까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핵심 내용은 같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은 새로 사귄 친구를 소개할 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물어보는 적이 없다.
"그 애 목소리는 어떻지? 그 애는 무슨 놀이를 좋아하지? 나비를 채집하지 않니?"
그들은 이런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나이가 몇이지? 형제는 몇이고? 체중은 얼마지? 아버지의 수입은 얼마야?"
하고 묻는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숫자로 말한 것을 알고 나서야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줄로 생각하는 것이다.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물었다.
"양은 작은 나무도 먹으니까 꽃도 먹겠지?"
"양은 닥치는 대로 먹으니까 아무 거나 먹지?"
"그럼. 가시가 있는 꽃도?"
"그럼 가시는 대체 어디에 쓰는 거지?"
그것은 나도 모르는 문제였다.
"가시는 아무 데에도 쓸모가 없어. 꽃들이 공연히 심술을 부리고 싶으니까
가시 같은 것을 달고. 있는 거야?"
"그래?"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어린 왕자는 원망스럽다는 듯 나에게 쏘아붙였다.
"그건 거짓말이야! 꽃들은 약해. 순진하고. 꽃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가시가 있으면 무서운 존재가 되는 줄로 믿는 거야"
어린 왕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을 이었다.
"수백만 개의 별들 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그는 속으로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린다면, 그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들이 사라져
버리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네가 사랑하는 꽃은 위험하지 않아••. 너의 양에게는 입마개를 그려줄게••. 그리고••."
어린 왕자의 그 꽃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날아와 씨앗이 떨어져 싹을 틔운 꽃이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그때 아무것도 몰랐어, 그 꽃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니라 그 꽃의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만 했던 거야.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풍겨 주고 내 마음을 밝게 해 주었어,
결코 도망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장미가 나에게 늘 투덜거리며 햇볕이 뜨거우니 고깔을
씌워 달라, 가려우니 벌레를 잡아달라,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고 해서 귀찮아졌거든.
투덜거리는 말 뒤에는 나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며 날 길들인 것인데 눈치채지 못했어.
꽃들은 그처럼 모순된 존재들이거든!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꽃이 날 사랑하는 줄 몰랐던 거야."
"이 세상에 나와 같은 꽃은 어디에도 없어."
그런데 지구에 와 보니 정원 가득히 내 별 B612에 있는 장미와 똑같은 꽃들이
수없이 많이 피어 있다니!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아주 귀한 꽃을 거지고 있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것이 사실은 평범한 한 송이의 장마꽃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야.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은,
이처럼 흔한 장미꽃 한 송이였어."
그 말을 한 어란 왕자는 풀밭에 엎드려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친구 하자고 했다. 그 말에 여우가 대답했다.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어린 왕자가 물었다.
"길들인다가 무슨 뜻이지?"
"요즈음에는 많이 잊혀 있는 일이지만.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꽃 한 송이가 있는데.••. , 그 꽃이 나를 길들인 것 같아••."
여우의 말을 듣고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보러 갔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조금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 역시 아무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예전의
내 여우와 같아. 그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똑같은 여우일 뿐이었어. 하지만 내가
친구로 길들였기 때문에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친구인 여우가 되었어."
우리는 누군가에게 길들여졌고 그 누군가를 길들였고 누군가를 내가 사랑하고 있지만
속성인 본질은 알지 못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임을 우리는 잊고 살고 있다.
본질적인 것은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가 장미꽃을 위해 들인 시간처럼 길들여진 것이다.
우리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사람은 본질을 보지 못하고 겉으로 보이는 숫자로 사람을 판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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