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여운으로

[단편소설 연재] < 중독되었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첫 번째 아내가 내게 복수하는 심정으로 어쩌다 술집에서 만난 사내와 정을 나누었다. 후배가 아내가 낯썬 사내와 모텔로 들어가는 현장을 여러 번 목격하고 내게 제보해 주었다. 뭐 그리 좋은 일이라고? 제보만 받지 않았어도 그런 사실을 몰랐더라면 귀한 내 가정을 깨지 않고 끝까지 지켰을 것이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한쪽 가슴에 거센 바람이 들락거리더니 폭풍우가 회오리치며 척추뼈 사이를 드나들었다. 자식은 부모에게 울타리 같은 존재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부러웠다. 그런저런 기억들을 잊기 위해 일에 매달려 산다. 가족끼리 여행을 다니는 것이 부러웠지만 아닌 척 외면한다. 내가 조강지처를 버려서 벌을 받은 건지 위암에 걸려 멀쩡한 위를 절제해야 했다.


낮에는 정신없이 일하다 점심시간이면 연정과 통화한다. 저녁을 먹고 한가한 시간이면 숙소에 들어가 작업복을 세탁기에 돌리고 연정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근나근하게 속삭이듯 말한다. 토요일에 데이트 신청을 했더니 연정은 흔쾌히 허락했다. 주말에 연정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연정과 만나기로 한 주말인데 나갈 수 없었다. 연정에게 전화가 두 번 걸려왔다. 서둘러 아내의 집을 나가며 연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정은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돌아가던 참이라고 말했다. 밭에 거름을 뿌리고 흙을 고르고 아내가 좋아하는 상추씨를 뿌리느라 아내가 옆에 있어 전화를 받지 못했다. 연정이 기다리다 가면 어쩌나 조바심이 났다. 마음은 급한데 신호에 걸리고 더디기만 하다. 연정이 발을 돌려 기다려주었다. 연정이 차에 오르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천천히 차를 돌려 서해대교를 건너 유유자적 길을 떠났다. 연정은 조수석에 앉아 유튜브를 연결해서 노래를 부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다 보니 드로니 항까지 왔다. 차를 주차하고 수산센터로 걸어가면서 연정을 살짝 안으려고 했더니 전기가 통하면 안 된다며 손을 뿌리친다. 수산센터로 가서 크고 싱싱한 놈으로 꽃게를 몇 마리 사줬다. 시간을 벌기 위해 천천히 걸어갔다. 식당에서 꽃게탕을 먹었다. 연정은 내게 꽃게 살을 발라주더니 밥은 조금밖에 먹지 않았다. 연정은 내 말에 넙죽 잘 받아넘겼다. 법적으로만 부부이고 무늬만 부부라고 했다.

여자를 안아본 지 2년이 넘었다며 연정에게 한번 안아보자고 했더니 연정은 벗겨봐야 볼 거 없다고 딱 잡아뗀다. 게다가 덧붙여 임자 있는 사람은 거절한다고 담을 친다. 연정의 말이 답답해서 요즘은 임자 있는 사람도 다른 남자와 정을 나누며 즐기며 사는데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말라고 했다. 아내를 안아주는 남편이 몇이나 되나? 불황에도 호텔이나 모텔들이 잘 되는 이유는 불륜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연정에게 소 귀에 경읽기인가,



차를 돌려 돌아오다 보니 기지시 가까이 왔다. 연정이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오빠는 뭘 그리 안달하세요? 남자로서 자신이 있으세요?”

“자신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 자신이 없는지 있는지 알아보면 될 거 아닌가?”

내 말에 연정은 비위가 상했지만 참고 있는 거 같다. 마음이 답답하다. 당진을 거의 벗어날 즈음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기회를 한 번 주겠다고 한다.


모텔방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방에 들어서자

“난 싫다는 사람하고는 절대 하지 않아요? 하기 싫으면 지금 나가도 돼요?”

“방값도 주고 들어왔으니 일단 기회는 한 번 드려 볼게요.”

달궈진 몸을 샤워기로 대충 닦았다. 연정이 닦고 나오는 동안 내 무기는 적당히 충전되었다. 뽀얀 속살을

알몸으로 누운 연정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 했다. 목과 가슴, 배꼽 은밀한 곳까지 정성껏 애무해 주었다.


다시 입술에서부터 은밀한 곳까지 여러 번을 오가며 애무로 연정의 몸과 마음을 충전시켰다. 내 속 마음을 알고 있는 연장이 성이 바짝 성이 났다. 연정은 내게 바이그라를 먹은 게 아니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잡아뗐다. 여러 여자와 살을 수없이 섞어봤지만 흔치 않은 짜릿한 맛이다. 나는 지치지 않고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을 오래도록 탐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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