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그녀의 비밀

[연재소설] [사랑학 개론]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혜란이 점점 배가 불러오자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녀가 수철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라도 있는 것일까?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것처럼 큰 목소리인 수철이었으나 천사 같은 그녀랑 살다 보니 닮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혜란은 한숨을 몰아쉬는 이유를 수철에게 말하지 않았다. 수철은 누나들에게 혜란을 위해 조촐하게 약혼식을 올려달라고 했다. 아이를 가졌으니 혼인신고를 하고 직장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다. 혜란의 오빠는 무척 불량해 보였지만 수철은 꾹꾹 눌러 참았다. 수철은 혜란이 임신했으니 직장을 그만두게 했다. 수철은 퇴근 후 투잡으로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혜란이 닭똥집과 곰장어, 닭발 등의 안줏거리를 만들어 놓으면 포장마차에 서 팔았다. 포장마차는 정해진 장소가 없어 이리저리 쫓겨 다녀야 했지만. 제법 장사 재미도 붙여갔다. 천하에 날탕인 수철이 착한 여자를 만나더니 착한 남자로 탈바꿈하였다. 남자는 여자가 길들이기 나름인 모양이다.



혜란은 임신 8개월이 지나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먼 산을 바라보며 기도하듯 울부짖는다.

“아가야, 내가 널 꼭 낳아줄게, 너는 꼭 살리고 말 거야!”

들릴 듯 말 듯 혜란의 독백을 들으며 포장마차를 밀고 대문을 나서는 수철은 한숨을 쉬는 그녀의 말에 싸한 기분을 느낀다. 7월 중순 하늘은 푸른 바다처럼 파랗고 맑은 날씨다. 요술을 부리듯이 검은 구름이 뭉쳤다. 포장마차에서 장사 준비를 하는데 집주인이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신랑, 지금 색시가 생명이 위독하대요? 병원으로 실려갔어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철은 산부인과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는 수철을 보더니 한숨을 길게 내쉬며

“심장병이 있는 사람은 아기를 낳을 수 없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고집을 피우더니 우려하던 일이 생겼네요. 산모와 아기를 살리려면 산모의 배를 절개해야 합니다.”

“….”

수철은 아기도 귀하지만 아내의 배를 절개할 수 없었다. 혜란이 수철의 손을 잡고 애원하듯 말했다.

“수철 씨 제발 우리 아기 좀 살려주세요? 난 죽어도 괜찮으니 우리 아기를 꼭 살려 주셔야 해요!”

수철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형제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백방으로 찾아다녔으나 수술받을 돈을 구하지 못했다.



숨이 꺼져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산부인과 병실에 망연자실해 앉아있는 수철. 혜란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이승에 머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대답은 없고 한숨만 내쉬는 수철이다. 힘들어도 참고 직장을 다녔으면 돈을 모았을 것을. 그는 또래보다 정신연령이 낮았다. 그런 일을 처리하기엔 서툰 나이임에 틀림없다.

담당의사가 병실에 들어오더니 재촉한다.

“산모의 배를 절개하지 않으면 아이마저 잃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산모의 숨이 멎기 전에 어서 결단을 내려애 합니다?”

단상에 앉은 재판장이 피고에게 사형을 집행하는 순간처럼 의사의 말은 단호했다. 꺼져가는 생명에게 칼을 대는 것은 그녀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외로운 저승길 엄마와 아기가 길동무가 되어 함께 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소식을 들은 형제들이 몰려왔다. 하지만 아무도 아이를 키우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수철은 아내의 간절한 소원을 저버렸다. 형제들은 엄마 없는 아이를 키우는 건 아니라며 산 사람은 살아야지,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가 되묻는다. 수철은 아무 생각이 없다. 먹먹하며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아이라도 살리고 싶었던 엄마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의 별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혜란이 떠나고 수철은 초점을 잃었다. 그녀를 떠나보낸 강변에서 소주를 마셨다. 하얀 소복을 입은 엄마가 그를 불렀다. 수철은 엄마를 향해 걸어갔다. 엄마의 품은 따뜻했다. 강변을 산책하던 한 남자가 강물로 뛰어들더니 이승과 저승을 오락가락하는 가엾은 영혼인 수철을 구출해 냈다. 남자가 수철의 뺨을 때렸다. 정신이 혼미한 수철이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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