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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셈법도 있나?

[에세이] < 행복이 머무는 시간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옆지기가 3주 전 화성시 팔탄면 소재한 기계가공 공장에서

일주일 가까이,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

1인 소기업인데 백 킬로 가까운 스테인리스 덩이를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정밀하게 깎는 가공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면을 만들어 수치를 정해주고

원청에서 발주한 대로 스테인리스를 깎는 작업이었다.


1인 소기업 대표와 단둘이 일했다.

식당이 멀어 밥을 먹을 데가 없다고 하니

점심 2인분+ 여분의 2인 분 밥과 반찬, 찌개나 카레, 김치 등.


저녁까지 먹고 남으면 아침에 먹으라고 챙겨 보냈다.

일주일 가까이 밥을 싸 보내느라 나도 몸살이 났다.


더운 날씨에 땀 흘리고 든든하게 한 끼 지치지 말고 잘 먹어서

일도 잘 되라는 주문과 맛있게 먹고 기운 내라는 기도를 보냈다.



수치를 잘못 판단하여 18개 중 8개가 불량이라며

납품처에서 재료값 변상금 칠백여만 원이 청구되었다고 한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10개의 물건 값은 납품단가에서

빼고 받았겠지만...


그 일을 하기 위해 백여 킬로 나가는 스테인리스 덩어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오른쪽 어깨의 근육과 신경이 상했다.

팔까지 통증이 내려와 잠을 자면서도 끙끙 앓는다.


물리치료사처럼 밤이면 밤마다 팔꿈치로 마사지해 주지만

일을 쉬기 전에는 낫지 않을 거 같다.

생각 같아서 쫓아가서 1인 기업 대표에게 따지고 싶다.

원청에서 청구한 변상금과 버린 재료 값을 합하면 받을 돈이

없다고 하는데 무슨 그런 셈법이 있나?

일을 시키려면 자세히 알고 시켰어야지?


그 일 때문에 5주 넘게 아픈 어깨와 팔 통증은

어디에 호소하나? 내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불가다.


그분은 이 일로 인해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받은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니 몸이 더 아프다.

지방의 바닷가 뷰가 좋은 곳에 가서 캠핑하우스 몇 동 지어

손님이나 받으며 유유지적 살고 싶다고 한다.


인성이 좋은 분이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분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열 배 이상의 대가를 치루라고

저주의 기도를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매년 일해주고 수고비를 떼일 때가 많았다는데 열불이 난다.

몸과 마음이 상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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