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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밥상이네!

[ 에세이 ] < 내가 나에게 위로를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지난달에 야심작 총각김치를 담가 김치냉장고 중간 칸에 넣고 천천히 익으라고 과일과 생선으로 맞췄다. 오랜만에 김치찌개 하려고 열으니 총각김치 두 통과 1/3통 남은 동치미와 묵은지가 꽁꽁 얼었다. 너무 놀라고 황당했다. 배추김치는 얼어도 먹을 수 있지만 무김치는 얼면 삶은 것처럼 무르는데 어떻게 할지 난감했다.


일단 밖에 내놓고 상온에 두었더니 녹았다. 동치미에 든 무와 배는 삶은 거 같아 맛이 없어 미련 없이 버렸다. 총각김치 두 통 중 한 통은 익혀서 넣었는데 얼음이 녹아 윗물이 흥건해졌다. 먹어보니 아삭함은 떨어지지만 삶아진 느낌은 아니라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아삭한 식감이 떨어지고 무 껍질과 살이 분리된 맛이다.


육십 넘게 살면서 김치를 얼리긴 처음이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딸에게 담가준 열무김치가 남아서 덜어왔다. 멸치육수와 된장, 올리브유와 버터를 넣고 중간 불에 볶았다. 김치볶음은 들기름이 들어가야 제맛인데 깊은 맛이 덜했다. 그래도 먹을만한데 식탁에 올려도 소비가 되지 않으니 입맛이 맞지 않은 모양이다. 2주 전 큰아들이 집에 왔을 때 맛을 보더니 했더니 맛있다고 해서 일부 싸주고 남은 건 먹어치웠다.


남아있는 총각김치가 애물단지다. 끼니마다 먹지만 그건 총각김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얼었던 총각김치를 줄이기 위해 두 번째 김치볶음을 만들었다. 마침 들기름도 직접 짠 것을 당근에서 여러 병 샀으니 문제없다. 2014년 경 김치볶음을 개발해서 호평을 받아 납품했지만 돼지기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메가 3 풍부한 들기름을 넣어야 깊은 맛이 난다. 육수가 없어 마트에서 까나리젓을 넣으려고 영양분을 보니 당도가 0이다.


김치볶음을 시작했다. 묵은지 한쪽, 총각김치 냉면그릇 수북이 한 그릇, 들기름 반 컵, 까나리 액젓 3스푼, 김치국물 1 국자, 쌀뜨물 두 컵 반, 된장 1스푼을 넣고 센 불에 볶다 끓어서 중간 불로 줄이고 40분 끓였다.

완성된 후 먹어보니 역시 맛이 깊다. 김치볶음과 두부부추전, 임연수어튀김, 콩비지김치찌개를 올렸다.


식탁에 앉더니 환하게 웃으며 "이거 엄마 밥상이네! 콩비지김치찌개, 생선튀김, 김치볶음!"라며 맛있게 먹는다. 이 밥상은 엄마가 어릴 적 차려준 밥상이기도 하다. 혈당 걱정 없는 밥상이야말로 최고의 만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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