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 내가 나에게 위로를 > 유정 이숙한
이비인후과와 케이티, 피부과에 가기 위해 향남읍으로 갔다. 이비인후과가 있는 화성중앙병원과 케이티가 지척에 있는데 병원부터 방문했다. 이비인후과에 간다고 접수하니 그 과가 없어졌다고 한다, 3년 넘게 중이염으로 청력이 15% 나빠져서 계속 약을 먹고 있었다. 이석증으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은 것도 그 선생님의 진료를 받아 약을 복용하고 좋아진 탓인데, 선생님과 함께 그 과가 없어졌다고 하니 맥이 빠진다. 4개월 전 선생님이 다음에 오면 병원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아 선생님을 볼 수 없을 거라고 했다. 그 선생님이 정직하셔서 매출을 올려주지 못한 걸까? 다행하게도 읍내 이비인후과 의원이 생겼으니 그쪽으로 가면 되지만 너무 아쉽다.
병원에서 나와 차를 가지고 케이티를 방문했다. 통화를 하지 않는데 핸드폰 요금이 3만 원 넘게 나온다. 기본요금이 비싼 편이다. 만 65세이면 핸드폰 요금이 인하되는 거 같아 그것도 알아볼 겸. 인터넷요금도 3년 약정이 끝났으니 저렴하게 재계약하기 위해서 갔다. 네플릭스를 가입해 놓고 사용하지 않아 해지했는데 요금이 또 날아왔다. 케이티 상담원과 통화해서 해지시켰는데 또 나온 거에 대해 해명을 받고 싶었다. 신분증을 가져가지 않아 폰에 저장된 운전면허증을 제시했지만 실물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머피의 법칙인가, 가는데 마다 일을 마치지 못했다. 가끔 가던 피부과에 갔는데 문을 닫아 없어졌다. 친구가 J의원으로 가라고 해서 가보니 그 자리에 없었다. 네비를 찍고 가보니 홈플러스 근처에 있었다. 차를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3층으로 올라갔다. 전부터 목 부위에 쥐젖이 몇 개 있어 여름에 땀을 닦으면 따가웠다. 왕점은 근질거려서 자꾸만 긁게 돼서 그것도 제거하고 얼굴에 짜지지 않아 딱딱해진 것도 제거할 겸. 상담하니 보험이 되지 않으니 비쌌다. 다들 백만 원 들여서 얼굴의 검버섯이나 지저분한 것들을 제거한다는데, 난 새가슴이라 나한테 쓰는 돈은 아까워서 쓰지 못한다. 오십 대에는 사업장을 운영했으니 검버섯과 눈 주변 물사마귀를 없앴다. 3년 가까이 참외, 수박, 단호박을 농사짓느라 햇볕에 노출돼서 검버섯이 여러 개 생겨 깨끗하던 얼굴이 너저분했다. 얼굴까지 지우려면 비용이 오십만 원이라고 했다.
기왕에 맘먹은 것이니 목둘레 난 쥐젖들과 가려운 왕점을 제거하기로 했다. 비용은 거금 20만 원이다. 내가 순간 미친 걸까, 얼굴도 아니고 목에 귀한 돈을 들이다니.. 쥐젖과 얼굴에 있어 짜지지 않아 딱딱해진 것 두 개는 떼어내고 싶어 눈 딱 감고 떼어내라고 했는데, 목에 난 작은 점까지 자상하게도 서른 점 넘게 도려냈다.
마취를 했어도 어찌나 따갑고 아픈지, 얼마나 후회가 됐는지 모른다. 큰돈을 들이고 이렇게 아파가며 해야 하는 걸까, 후회막급이다. 목 주변을 지지고 레이저로 태워 무척 아프고 따가웠다. 시술이 끝나고 얼음찜질을 한참 동안 했다. 얼굴 두 군데에 상처가 생기니 뺑덕할멈 같다.
아프고 따가워서 밥도 먹기 싫었는데 친구가 목살을 삶아와서 어쩔 수 없이 먹었다. 노트북에 앉아서 글을 쓰려해도 따갑고 아파 저녁 먹을 때 잠깐 앉아있다 누워있었다. 깊이 파인 상처에 후시딘을 또 발랐다. 몸이 더웠다 추웠다 변덕을 부린다. 이불이 얇다고 두꺼운 것을 꺼내 덮으니 더워서 잠이 들지 않아 다시 글을 쓰려고 노트북에 앉았다. 살색이 좋은 편이라 덧나지 않지만 일주일쯤 지나야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앉아 나을 거 같은데 걱정이다. 다음 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김장하려고 절임배추를 신청했다. 설마 그때까지 뺑덕할멈에서 벗어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