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 내가 나에게 위로를> 유정 이숙한
요 며칠간 스테로이드 주사 효과인지 기분이 다운되었다. 처방해 준 약이 독해서일까, 몽롱하다. 간이 독한 약을 해독하느라 힘든 건지 매일 자가다도 두 시간마다 화장실에 들락거리느라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무릎이 아프니 글도 써지지 않고 삶의 의욕도 떨어진다. 일상에서 손을 놓고 싶다. 아침 먹고 설거지 마치면
세탁물을 널고 가정예배 후에 글을 쓴다. 토요일 김장준비하려면 마늘과 생강, 새우젓을 갈아놓아야 몸이 따라주지 않고 자꾸 눕고 싶다. 삶의 의욕까지 다 떨어졌다. 사는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
3만 원짜리 관절염 치료약 5번 맞으면 낫는다는데 내 경우에는 듣지 않고 처방약을 다 먹고 나니 또 통증이 시작되어 속상하다. 그 주사약을 맞으면 85%는 낫고 15%는 낫지 않는다더니 15%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만큼 통증이 깊은 걸까, 향남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주사와 특수 물리치료까지 받았는데 여전히 아프다. 무릎이 아프니 세상만사가 의미가 없고 시들해졌다. 게다가 발목까지 아파서 발목토시를 두르고 있다.
어제 막내와 통화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아준 향남 병원이 치료비 폭탄이라며 악플이 많이 달렸다고 가지 말라고 말린다. 막내가 지난번에 가려고 한 봉담 N병원에 가서 DNA주사를 맞으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계속 아프면 아이 돌봄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답답한 마음에 읍사무소에 가서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신청을 했다. 의료급여도 받고 싶지만 복잡하다고 해서 그만 구웠다. 잘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먹고살아야 하니까.
유치원 근무 중에도 무릎이 아팠다. 쉬면 낫겠지 했는데 2주나 쉬었는데 통증이 여전하다. 독한 약 때문인지 아님 스테로이드 현상인지 졸리고 몽롱하다. 졸린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운전하여 35분 거리의 봉담 N 병원에 갔다. 진료를 받기 전 엑스레이를 여러 각도에서 찍었다. 선생님이 엑스레이를 보며 설명해 주었는데 허리에서부터 발목으로 내려오며 오다리라서 아플 수밖에 없다며 수술을 권했다.
척추뼈가 지그재그라 허리에서 내려오는 신경이 눌려서 허리는 아프지 않아도 무릎이 당기고 아플 수 있다고 한다. 무릎은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수술받고 다음 날부터 걸을 수 있지만 2주 입원하여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신경적인 치료는 척추 MRI를 찍어봐야 고칠 수 있다며 비용이 543만 원이다.
내게 그렇게 큰돈이 어디 있나, 막막했다. 이렇게 아프며 살 수 없으니 수술을 받고 아프지 않고 살고 싶다. 저녁에 울님에게 말하니 수술받으라며 수술비 500만 원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본인도 사업하다 실패하여 병원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형편인데 고마웠다.
오늘 아침 내 생일이라 님이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슬쩍 훔쳐보니 미역은 미역대로 참기름에 볶고 소고기는 소고기대로 참기름에 따로 볶는다. 내가 끓이는 방식과 다르다. 고기를 참기름에 볶아야 위에 뿌연 거품이 뜨지 않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자꾸 훔쳐보니 방에 들어가 더 자라고 했다. 매일 아침 7시면 울님에게 솔잎추출약과 마그네슘, 미네랄, 여주 우린 물, 유정란 한 개에 올리브유와 참기름 한 방울 넣어 챙겨주었다.
전날 미리 담아놓은 김치볶음과 오이소박이, 명란젓, 계란찜 남은 것과 손녀딸이 유치원에서 만든 김치,
도토리깻잎김치전과 두부부추전. 미역국! 생일날 아침 따뜻한 미역국은 처음 받아본다. 그 맛이 예술이다!
고맙다. 본인도 힘들게 일하느라 아프고 힘이 들 터인데.
작은 냄비에 끓인 미역국, 국간장과 다시다, 소금과 편마늘이 들어갔다. 미역도 식감이 살아있다.
생전 처음 옆지기에게 처음 받아 본 생일날 미역국! 그 맛이 예술이라고 말해주었다. 환하게 웃는다.
보리와 현미찹쌀, 조, 녹두, 서리태콩의 비율 1: 백미 5를 넣어서 밥을 지으니 가스가 차지 않고 건강해지는 거 같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하더니 내가 그 꼴이다. 당뇨 혈당 내려준다고 내 건강이 더 좋아지는 거 같다.
무릎과 발목만 아프지 않으면 그런대로 행복한데, 오늘 아침부터 척추강화운동과 무릎강화운동, 오다리 교정 스퀘드를 다시 시작했다. 수술받게 되더라고 계속할 예정이다. 수술받지 않으면 더 행복하겠지만..
한의원에 가서 체형교정 추나를 받아볼까? 변덕쟁이인가, 나는 또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