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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허

[ 에세이 ] < 내가 나에게 위로한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사람은 몸이 아프면 이성의 시계가 잠시 멈춘다. 또 자신 있는 것들도 나와 멀어진다. 손에 움켜쥐려고 하지만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다. 욕심이 많아서 그럴까. 동화작가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 좀 더 공부하면 그 길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춘문예나 문학상에 여러 번 도전했으니 여러 번 실패했다. 지나고 보면 내 글이 늘어졌다는 것을 체감한다. 말도 안 되는 글을 문학상에 내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공부를 더해야 한다.


몸이 아프니 욕심과 꿈이 아득해졌다. 나와 먼 딴 나라 이야기 같다. 어떻게 하면 동화를 잘 지을 수 있을까, 백 년 후에도 읽혀질 동화를 쓰고 싶다! 도서관에 가면 책이 넘쳐난다. 책 표지와 제목이 멋진 책들이 즐비하다. 그 책 속에 끼고 싶은 것이 내가 꿈꾸고 욕망이다. 오늘은 몸이 그만하니 그 꿈들이 머리를 흔들고 있다.


O형이라서 조금 아프면 겁이 나는 걸까, 난 겁이 없는 것이 장점이고 단점이기도 하다. 동화를 쓸 때 주제가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 인물 캐릭터는 사건을 일으키는 주인공이다.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 배경이고 스토리는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밀고 당기듯 긴장감을 줘야하는데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


계속 암시를 줘야 하는데 그 부분도 모호하다. 수정할 부분을 몇 번 더 읽으며 찾아야 한다. 묘사는 생생하게 입체적 시각적으로 묘사해야 한다. 내 인생의 한 조각을 동화를 만든다. 등장인물인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야 전체가 사는데 그 부분이 약하다. 발단 부분에 독자의 흥미를 사로 잡았는가?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것도 부족하다. 시간과 공간을 같은 무대로 설정하는 것도 부족하고 문제를 암시하는 것도 부족하다.


복선을 깔아 해결의 실마리를 암시하는 건 잘 했나, 그것도 아니다. 또 만남이나 해결에서 작의적이거나 작위적이지 않아야 한다. 우연이 반복되지 않았나, 억지로 위기를 만들지 않았나, 위기에 빠지는 원인을 너무 평이하게 처리하지 않았나? 아이의 능력에 맞는 방법으로 해결하는가, 우연이나 행운으로 해결하지 않았나?


나는 글쓰기가 좋다. 글은 내 인생이다. 내 생명이 다할 때까지 글을 쓸 것이다. 내 감정에 매몰되지 않아야 하는데 여전히 매몰되었다. 대화체로 여러 번 바꿔보았다. 긴장감을 주었나? 그건 부족했던 거 같다. 우연이나 행운으로 해결하지 않은가, 결말이 의문으로 틀렸는가, 서스펜스-- 긴장감을 최대로 예측불허하게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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