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 내가 나에게 위로를 > 유정 이숙한
어제는 옆지기와 같이 활동하던 여행모임에서 송년 모임이 있었다. 난 무릎이 아파 걷지 못하니 여행을 가지 못한다. 의자에 오래 앉아있으면 아프니 탈퇴했다. 혼자서 모임에 나갔다. 술을 마시지 않고 일찍 온다고 장담했다. 고혈압에 당뇨니 믿었다. 백일을 적정하고 케어해주고 있는데 모임장이라 참석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분에게 자리를 내어주라고 했지만 받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야 술을 마시지 않는다. 요즘 밥 짓기는 잡곡 1: 백미 3 비율로 변경했다. 몸을 덜 긁적거리는 걸 보니 혈당이 조금씩 안정되는 거 같다.
오후 1시 모임에 간 이는 오후 8시가 넘어도 귀가하지 않는다. 일찍 들어온다더니 일행 중 몇몇 회원이 늦어져 기다린 모양이다. 그런 상황도 모임방 아우와 통화하고 알게 되었다. 화가 나서 8시 넘어 귀가한 사람을 평소처럼 반겨주지 않고 마음에 없는 험한 말을 내뱉었다. 그는 실망한 건지 화를 내며 안방문을 잠그고 들어갔다. 거실에서 두꺼운 이불 덮고 자는데 춥다. 두어 시간 후 화장실 가느라 나왔을 때 안방과 위치를 바꿨다.
그에게 긴 문장의 카톡을 남기고 새벽 6시 식탁에 꿀물과 당뇨약, 김밥과 나박김치를 차려놓고 집을 나섰다. 길을 지나쳐 한참을 간 뒤에 어름어름 찾다 네비를 맞추고 예전에 가끔 가던 하피랜드 찜질방으로 왔다.
어제 예배에 진동으로 맞춘 걸 잊었다. 오전 8시 넘어 전화가 걸려왔지만 받지 못했다. 진동을 풀고 소금방에서 땀을 빼고 나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냐고 묻기에 하피랜드 찜질방이라고 하니, 간다고 말하고 가지 그냥 갔냐고 하기에, 아침에 얼굴 보고 싶지 않아서 왔다고 했다. 전에 애들 아빠처럼 나보다 먼저 먼 길 여행 떠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혼자 남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 겪어본 사람만이 아픔을 처절하게 느낄 수 있다.
오늘 당장 입원하여 수술을 받고 싶지만 손녀딸과 열흘 동안 같이 있어줘야 한다. 내일 유치원 졸업하면 공백기 10일이다. 폰에 들리는 그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 그가 촘촘한 앞니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 반했다. 목사님의 안수기도대로 생각이 많은 걸까, 지금 일어난 것도 아닌데 앞당겨 걱정하고 있다. 그런 아픔은 다시 겪기 싫다. 적어도 앞으로 15년 이상 함께 하려면 건강해야 한다. 스스로 몸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