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 정거장 없는 완행열차 > 유정 이숙한
휴일 오전. 아침밥을 준비하기 위해 창고 안의 간이 주방으로 갔다. 그런데 어디선가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생쥐가 들어온 걸까, 누가 창문을 열여 놓아서 들어왔나 보다. 소리의 실체가 궁금했다.
주인의 허락 없이 들어온 불청객이 궁금했다. 까치발을 들고 소리 나는 곳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더니 바스락 소리가 딱 멈췄다.
‘바스락’ 소리가 또 들린다. 세탁기 근처였다. 발뒤꿈치를 들고 가만가만 다가가니 바스락 소리가 뚝 멈췄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세우고 소리의 실체를 찾았다. 어이없게도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한 어린 참새였다.
어린 참새의 등장에 웃음이 나왔다.
“아기참새였니! 여긴 먹을 게 없는데 왜 들어왔니, 나가는 길은 쉽지 않을 텐데, 세탁기 옆 창문을 활짝 열어놓을 테니 그쪽으로 나가렴?”
어린 참새는 모험심만 가득하고 무모하고 조심성 없는 것이 어릴 적 나와 닮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은
겁에 질려 푸드덕거리며 3층 높이의 천정으로 올라가더니 투명한 유리창이 바깥인 줄 알고 ‘짹짹’ 어미를
애타게 부른다. 어미 참새가 3층 유리창에 날아와 '짹짹' 애타게 새끼를 부른다. 어린 참새는 수없이 3층 높이의 2층 창문으로 올라가서 투명유리창을 통해 탈출하려다 머리를 쾅 부딪치고 아래로 주르르 미끄러졌다.
여러 번 반복된 비행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참새는 누워서 힘없이 짹짹댔다. 내가 안아주려고 다가갔더니 죽을힘을 다해 도망친다. 1층 창문으로 내몰았지만 푸른 하늘이 보이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투명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아래로 추락했다. 어미가 새끼를 부른다. 어미 목소리를 들은 어린 새, 2층 창문으로 날아오른다.
“아유, 녀석아. 위로 올라가지 말고 세탁기 옆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나가라니까, 위로 올라가면
유리창에 부딪쳐 추락한단 말이야, 안 되겠다. 내가 주방에 갈 테니까 알아서 나가렴.”
큰아들이 창고에 들어왔다. 어린 참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때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큰아들은 어린 참새를 찾아 1층 열린 창문으로 내몰았다. 어린 참새는 자유를 찾기 위해 2층으로 높이 올라가더니 투명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아래로 미끄러졌다.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 중에는 파랑새….”
큰아들은 ‘새타령’을 부르며 열린 창문으로 참새를 유도했다. 1층 유리창 밖에서 어미 참새가 부른다. 어미 목소리를 들은 어린 참새는 2층 창문 위로 올라갔다, 머리를 부딪치고 수없이 추락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어미와 새끼가 이산가족이 되었다. 어린 참새는 지친 것인지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싱크대 아래에 숨고 플라스틱 박스 뒤에 숨느라 바빴다. 주방 개수대 아래 숨고 조리대 옆으로 몸을 숨겼다. 잡힐 듯 잡힐 듯… 기진맥진한 어린 참새 '여기 숨으면 젊은 아저씨가 나를 찾을 수 없겠지?' 작은 머리를 최대한 아래로 감췄다.
큰아들이 어이가 없는지
“새대가리라더니 머리만 숨기면 되냐, 이 녀석아. 몸도 숨겼어야지?”
아들의 포로가 된 어린 참새는 삶을 포기한 것인지 축 늘어져 있다. 아들은 어린 참새의 귀여운 밤색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예쁘게 생겼다는 말을 반복했다. 내가 머리를 만져도 미동이 없고 반항하지 않는다.
아들은 바로 옆 창문을 활짝 열었다. 어미 참새가 다가와서 호들갑을 떨며 짹짹거렸다. 아들은 어린 참새를
안은 손을 위로 올려 손바닥을 활짝 펼치며 힘껏 날려 주었다.
조금 전까지 축 늘어져 있던 녀석이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는지, 날갯짓을 했다. 어미 참새가 따라갔다.
두 마리 참새는 대추나무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어린 참새는 오매불망 자유와 어미를 찾았다.
어미의 간절한 목소리가 기진맥진한 어린 참새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 그건 사랑의 힘이고 기적이었다.
두 마리 참새는 ‘짹짹짹’ 수선을 떨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 2018년 <미소팜> 식품제조 사업장 운영할 때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