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의 꿈
첫 잠에서 깨어
허리를 조이는 스타킹을 벗고 비몽 중에 꿰어 입은 옷
연못에 비춰보니 나는 한 마리 누에였다
다른 옷은 없었을까? 나비의 멱살을 붙들고
옷을 바꿔 입자고 그것이 내 옷이었다고
두 잠 석 잠
벗어도 찢어도
살갗에서 이미 복제되어 있는 누에의 소복
막 잠 꿈에 선녀가 나비 되는 비법을 일러 주어
혼을 뽑아 비단이불 한 채 지어 사방을 닫고 누웠다
자는 모습을 누구에도 보여선 안 돼
선녀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아득해지고
우주가 고요한 개벽을 준비하고 있다
소란한 소리에 눈을 뜨니
비단수의는 제비를 뽑았는지 서로 나누어 가지고
나는 번데기의 모습으로 시장에 누워있고
사람들이 내 몸을 뒤집으며 흥정하고 있었다
자는 모습을 들켜선 안 되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채었더니
꿈이었다
나방 한 마리 창을 두드리다 간 모양이다
유리에 비친 내가 반가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