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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아 Oct 23. 2021

애벌레의 꿈

애벌레의 꿈



첫 잠에서 깨어 

허리를 조이는 스타킹을 벗고 비몽 중에 꿰어 입은 옷 

연못에 비춰보니 나는 한 마리 누에였다

다른 옷은 없었을까? 나비의 멱살을 붙들고

옷을 바꿔 입자고 그것이 내 옷이었다고


두 잠 석 잠

벗어도 찢어도 

살갗에서 이미 복제되어 있는 누에의 소복


막 잠 꿈에 선녀가 나비 되는 비법을 일러 주어

혼을 뽑아 비단이불 한 채 지어 사방을 닫고 누웠다

자는 모습을 누구에도 보여선 안 돼

선녀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아득해지고

우주가 고요한 개벽을 준비하고 있다


소란한 소리에 눈을 뜨니

비단수의는 제비를 뽑았는지 서로 나누어 가지고

나는 번데기의 모습으로 시장에 누워있고

사람들이 내 몸을 뒤집으며 흥정하고 있었다

자는 모습을 들켜선 안 되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채었더니


꿈이었다

나방 한 마리 창을 두드리다 간 모양이다

유리에 비친 내가 반가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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