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가 사과에다 알을 낳은 애벌레는
사과 속살을 파먹으며 사과 변기에 똥을 누고
어미가 소똥에다 알을 낳은 애벌레는
소똥을 퍼먹으며 소똥 굴리는 것을 배워
저승보다 낫다는 이승의 똥밭을 굴러 소똥구리가 지구를 청소하는 동안
사과 먹고 자란 놈은 사과 씨 찍찍 뱉으며 사과를 모른다고 잡아뗐다.
알에서 걸어 나온 병아리가 잠방잠방 걸어 산새네 집에 가서 노올자~ 불렀더니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아기새는 침대에서 밥을 받아먹고
날갯짓 좀 배운 아이새가 폴락폴락 날아 닭장에 가서 나알자~ 불렀더니
아직 날갯짓도 못 하는 영계는 밥 먹느라 흙바닥만 벅벅 긁어
물 마실 때나 하늘을 보는 닭들과
물 마실 때나 땅에 내리는 새들은
도무지 친구가 되지 못했다.
부자 되면 한 끼에 두 그릇 먹냐던
상어 알은커녕 갈비 맛도 모르는
울아부지가 남긴 숟가락은 내 땀 묻은 밥만 퍼 담는다
백 번을 떠서 배만 채우는 숟가락과
한 번을 떠도 혀를 간질이는 숟가락 중
신령님이 나타나 어느 것이 네 것이냐 물으면
나는 몇 초 동안 망설일까?
남의 땀 묻은 밥을 담는 숟가락에 미련 두지 말라고
아부지가 숟가락으로 이마 한 대 치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