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다 빼앗긴 나무더러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며
인간의 난폭한 인식이 나비 등을 타고 바다 건너가
대륙을 등기이전 했다지?
계란으로 바위치기
누가 이토록 슬픈 시도를 하였을까?
그래서 암탉은 안 아픈척 가슴 근육을 단련시켰을까?
그것마저 빼앗길 것을
진주목걸이
조개의 ‘상처딱지’로 키운
사리를 전리품으로 몸에 두르고
상처 준 적 없다는 표정 짓기
왼손 오른손
인중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데도 옳은 손
심장에서 더 가까운 손인데도 외딴 손
용병
웃자란 탱자나무 울타리에 붙들린
가시 찔린 모시나비 흰 날개
뜯겨진 시악시 옷고름
붙들린 방패연
바람에 떨고 있었네
'물고기'라는 명칭
물짐승더러
'물에 담가 둔 반찬'이라고 대놓고 부르기
낚시
마주 앉은 사이에는 항상 밥이나 찻잔을 두기에
저것이 사람의 정인가
밥 한번 먹자고 찾아와 산중진미를 내어놓으니
정을 나누자는 것인가
밥에다 숨겨 둔 갈고리 숟가락에
온 생이 꿰어졌다
영양제라도 주려나 자꾸만 키를 재어본다
찢어진 입술에나 약 발라줄 것이지
배고파 저러는 게 아니라
손바닥에 있다는 주둥이에다 맛을 뵈주겠다는 것이란다
전사답게 작살을 들고와 당당히 겨루었다면
억울하지나 않을 텐데
발전소 = 발정소?
흥청대는 발긔 빛에 밤드리 비비닥거리며
더 뜨시게 자고 더 많이 먹으려
너무 큰 아궁이 지어 군불 지피고
손주들의 강물을 퍼 와서 더운 발을 씻고도
식을 줄 모르고 서 있는 저 늙은 굴뚝을 엇디하리잇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고 범은 죽어 가죽을 남긴다
이 말을 철석으로 믿은 사내가
범 잡느라 온 생을 탕진하는 동안
범은 청풍명월 아래 유유자적 주유천하 하고서
저 불쌍한 사내의 이름 석 자 새기라고
껍질 훌훌 벗어 주고 떠났다지.
성형공장
44(死死)는 상품이요
55(嗚嗚)는 중품이요
66(肉肉)은 하품이요
77은 불량품이라니
사람 나고 옷 나서
몸에다 옷을 맞추었거늘
44의 옷에다 몸을 맞추는 시절이 되어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재단사가
드레스 들고온 테디의 옆구리에 자를 대고
솜을 넣었다 뺐다 선녀의 바느질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