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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아 Nov 07. 2021

폭력사전

   

아낌없이 주는 나무

다 빼앗긴 나무더러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며

인간의 난폭한 인식이 나비 등을 타고 바다 건너가

대륙을 등기이전 했다지?


계란으로 바위치기

누가 이토록 슬픈 시도를 하였을까?

그래서 암탉은 안 아픈척 가슴 근육을 단련시켰을까?

그것마저 빼앗길 것을


진주목걸이

조개의 ‘상처딱지’로 키운

사리를 전리품으로 몸에 두르고

상처 준 적 없다는 표정 짓기


왼손 오른손

인중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데도 옳은 손

심장에서 더 가까운 손인데도 외딴 손


용병

웃자란 탱자나무 울타리에 붙들린

가시 찔린 모시나비 흰 날개

뜯겨시악시 옷고름

붙들린 방패연

바람에 떨고 있었네


'물고기'라는 명칭

물짐승더러

'물에 담가 둔 반찬'이라고 대놓고 부르기


낚시

마주 앉은 사이에는 항상 밥이나 찻잔을 두기에

저것이 사람의 정인가

밥 한번 먹자고 찾아와 산중진미를 내어놓으니

정을 나누자는 것인가

밥에다 숨겨 둔 갈고리 숟가락에

온 생이 꿰어졌다

영양제라도 주려나 자꾸만 키를 재어본다

찢어진 입술에나 약 발라줄 것이지

배고파 러는 게 아니라

손바닥에 있다는 주둥이에다 맛을 뵈주겠다는 것이란다

전사답게 작살을 들고당당히 겨루었다면

억울하지나 않을 텐데


발전소 = 발정소?

흥청대는 발긔 빛에 밤드리 비비닥거리며

더 뜨시게 자고 더 많이 먹으려

너무 큰 아궁이 지어 군불 지피

손주들의 강물을 퍼 와서 더운 발을 씻고도

식을 줄 모르고 서 있는 저 늙은 굴뚝을 엇디하리잇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고 범은 죽어 가죽을 남긴다

이 말을 철석으로 믿은 사내가

범 잡느라 온 생을 탕진하는 동안

범은 청풍명월 아래 유유자적 주유천하 하고서

저 불쌍한 사내의 이름 석 자 새기라고

껍질 훌훌 벗어 주고 떠났다지.


형공장

44(死死)는 상품이요

55(嗚嗚)는 중품이요

66(肉肉)은 하품이요  

77은 불량품이라니

사람 나고 옷 나서

몸에다 옷을 맞추었거늘

44의 옷에다 몸을 맞추는 시절이 되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재단사가

드레스 들고온 테디의 옆구리에 자를 대고

솜을 넣었다 뺐다 선녀의 바느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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