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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향나무 Mar 18. 2023

그녀는 주는 게 좋아? 받는 게 좋아?

그녀와 매번 종강을 하면 우리만의 종강파티를 했다. 이번에는 그전부터 한번 가자고 했던 전집인 밀짚모자에 갔다. 모둠 전과 모둠 튀김 사이에서  결정장애들은 엄청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사장님께 추천받아 모둠 전을 시키고, 모둠 튀김은 다음에  먹기로 약속했다. 메뉴판에 떡볶이는  시킬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우린 떡볶이 환장걸이니깐....   특유의 분위기가 나는  식당이 좋았다. 인테리어도 좋았고 전을 먹는 내내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에 더욱더 모둠 튀김이 기대되는 맛이었다. 그녀와 이런저런 오만가지 작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종강파티를 하기  종강 기념, 그녀와의 룸메이트 기념으로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방에 두고  주지 못했지만...


가끔 이때까지 받았던 편지들을 읽는다. 읽었던 편지지만 다시 꺼내 또 읽는다. 힘들 때나 심심할 때나 딱히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지만 어느새 이 루트는 나만의 힐링 방식이 되었다.

정말 우연히  종강파티를 가지기 , 이때까지 그녀에게 받은 편지들을 었었다. 다시 읽어봐도 그녀의 편지  말들은 하나같이 나를 아낀다는 말로 들렸었다. 하나같이 나를 위해 써준 말들이었다.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생각을 하고 그녀의 마음들이 써내려  흔적들이었다.



'문뜩 그녀는 왜 애정을 주는 걸까? 내가 뭐라고, 왜...?



평소에는 생각해   없던 궁금증이 생겼다. 사실 이전까진 나를 아끼고 애정하는 그녀의 마음에 왜라는 의문이 들지 않았었다. 그냥 그렇구나. 고맙다 하며 넘겼었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그냥 그렇구나가 되지 않았다. (pms  건지..) 이런 의문이 들어 그녀가 나에게 주는 따스한 마음이 고맙지만, 이해되지 않고 이상했다.

   것도 없는데  그런지....

마음이 복잡했다. 어쩌면  모든 의문과 생각은 그녀에 대한 고마움인가 보다. 그래서 주책맞게 혼자 울었다. 이런 마음을 가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녀와 종강파티를 가지게  것이다. 당연히 그녀에겐 이런 마음을  내지 않았다.


아주머니의 떡볶이 실력에 놀라며, 떡볶이 맛집이었네~ 라며 말하고 었는데 갑자기 그녀옆에 있던 갈색 쇼핑백 하나를 나에게 건네어주었다.


"그녀 선물이야~."


그녀는 선물받는 사람보다  기쁜 얼굴을 하며 말했다.

마치 며칠   생각을  것처럼 말이다.

며칠 전에 그녀가 주는 고마움에 혼자 울었는데.....

알고 일부러 이러는 건지 정말.

 쇼핑백을 보고   수가 없었다. 눈물이 주륵이 아니라 주르륵주르륵 계속 흘러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앞에서 천장을 보라며 진정시켜주지 않았더라면, 진짜 엉엉 울었을 수도



"왜 우냐, 안에 뭐가 들었는지 보지도 않았는데? 진짜 별거 아니야 그녀 진짠데 진짜 별거 아닌데...

아 그냥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올 걸.. 그럼 안 울었을 걸? 아 쇼핑백 때문이네! 그녀 근데 진짜 별거 아니야 약간 주기 부끄러운데.."



그녀가 앞에서 랩 하듯이 말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너무 당황하길래, 계속 울다 가는 종강파티가 이상해길 것 같아 가까스로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그제야 그녀의 물음에 대답할 수 있었다. 비밀로 하려고 했던 그녀에 대해 새롭게 든 생각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쇼핑백 안에 뭐가 있든 중요하지 않았다.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안에 연필  다스만 있었어도 감동이었을 것이다. 그녀 선물이야 라며, 쇼핑백을 건넨 순간 그녀의 마음이 먼저 보였다. 선물이라고 준비하는  과정이 보였다.  마음 하나로 내용물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 하나로 충분했다.  마음이 있어  위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로 충분했다. 그 마음으로만으로도 행복하고 그런 마음을 줘서 고마웠고 그런 마음을 받을 수 있어 행복했다.

그녀는 이런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준 선물


"소품샵이나 가게나 그런 곳들을 가면 그녀가 생각나. 이거 그녀가 좋아할 것 같다면서 그녀가 가장 먼저 생각나. 그런데 난 어디를 가든 뭘 보든 누군가가 생각나서 이거 사주고 싶다 이거 좋아하겠다라고 생각이 든 적이 없어. 심지어 남자친구한테도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나 되짚어 봤는데, 남자친구한테도 이런 적이 없었어. 근데 왜 그녀한테는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 왜 가장 먼저 그녀가 생각이 나는 건지… 진짜 이상해.

그녀는 주는 기쁨이 커? 받는 기쁨이 커?" 라며 물었다.



"주는 기쁨. 받는 것도 좋지만, 그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 걸 생각해서 선물을 고르는 게 좋아. 그렇게 고른 선물을 그 사람이 받고 진짜 너무 좋아할 때 그때 너무 뿌듯해. 받았을 때의 기쁨보다 그 사람의 기쁨을 봤을 때의 기쁨이,  거기에서 오는 뿌듯함이 훨씬 더 커. 그 뿌듯함이 또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아니면 내가 만든 걸 줬을 때 생각보다 너무 기뻐하고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면 그 모습이 작업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 돼." 라며 답했다.



"그녀는 어떻게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지? 난 받는 기쁨이 더 큰데. 받는 게 더 좋지 않나?

근데 그녀를 보고 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어. 난 받는 기쁨이 더 큰 사람이었는데, 그녀가 나한테 하는 걸 보고 나도 주는 기쁨에 대해서 알게 돼서 이래서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 하나보다 했어."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각보다 인생을 잘살았네..?'였다.

그녀에게 알리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다른 면을 알게 되어 기뻤다. 그것도 나의 영향을 받아서 말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다른 생각이 들 만큼 영향을 끼쳤다니.


주는 기쁨과는 다른 뿌듯함이었다. 사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그녀는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지 라며 짚고 넘어가더라 그 와중에도 내 마음을 알아봐 준 그녀가 고맙고 좋았다. 그 와중에 한마디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그녀가 좋았다.


그녀의 마음을, 그녀의 관심을 나에게 나눠줘서 고마웠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어쩌면 그녀와의 관계가 깊어져서일 수도, 사실은 별 의미가 없었을 수도, 나의 영향을 받아 그녀가 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든, 나에게 검정봉지를 주며 선물이라고 했든, 사실 그녀가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더 이상 따지지 않을 만큼 덧없이 마음이 충분한 날이었다. 이런 사람이 옆에 있음에 고맙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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