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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천심이다

by YT

민심은 천심이다.

선거 즈음, 선거의 결과를 평가할 때면 정치인, 특히 언론, 심지어 일반 국민들도 즐겨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과거 갑오농민전쟁 당시에도 이 표현은 인내천이라는 한자어로 농민 저항의 슬로건이 되었다. 이 표현은 출전을 어디라고 딱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거 문헌의 여기저기에 등장하며, 그 시작은 동양의 고전, 시경을 넘어 존재하는 듯하다. 굉장히 오랫동안 사람들에 의하여 사용된 역사가 매우 오래된 관용구다.

하지만, 이 표현만큼 갈가리 찢겨 너덜너덜해진 표현도 없을 것이다. 마치 사기당한 듯 넋을 잃은 표현이다. 특히 쓰는 이의 의도가 묻어나는 구린 표현이다. 하지만 표현에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것이 자주 정치 논리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전략/전술로 사용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이 표현은 이제 그 혁명의 꿀렁거리는 에너지를 잃고, 이놈 저놈에게 붙어먹는 불쌍한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 표현이 이렇듯 불쌍하게 된 것은, 또 이 표현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지 못하고 흘러가버리는 것은 모두 민심의 조작 가능성 때문이다. 민심은 늘 위정자들이나 그에 빌붙은 언론에 의하여 조작되어 왔다. 민심의 주체인 民 자신도 조작된 마음이 그들의 진짜 마음이라고 믿어 버린다.

민심이 그러하다면, 우리는 그 맞은편 천심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천심은 절대적인 가치로, 본체 자체를 파악하기는 어렵고, 꼭 민심과 같은 바로미터를 이용하여 파악한다. 하지만 그 민심이 믿기 어려운 것이라면 우리는 ‘천심’에 매달려라도 보아야 한다. 사람이 하늘이고, 하늘이 곧 사람이라면 하늘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은 모이면 오합지졸의 민심이지만, 개개인의 마음속에 낱낱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양심이다. 만약 우리가 사람을 긍정할 수 있고, 그래서 우리가 개개의 양심도 긍정할 수 있다면, 양심이 곧 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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