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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와 늙은이

by YT

젊은이 / 늙은이

이것은 句의 형태는 아니지만, 단어로 흔하게 쓰는 관용적 표현이기에 여기에 담는다. ‘이’는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로, 모두들 알다시피 ‘젊은 사람 / 늙은 사람’의 다른 말이다. 하지만 두 단어에 실리는 감정의 농도와 방향은 다르다. 젊은이는 중립적인 표현이고, 어쩌면 약간 긍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반면, 늙은이는 말하는 이의 감정(약간 부정적인 감정)이 실린 표현이다.

늙은이에는 ‘늙음은 죄’라는 노골적으로 말하진 못하지만, 폭넓게 공유된 우리 사회의 가치가 담겨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늙지 않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돈, 과학, 종교를 동원해 온 것 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 폭넓게 퍼진 늙음이 죄라는 인식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실제로 할머니들은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닥치면 “이 꼴 저 꼴 안 보고, 늙은 게 죽어 야지!” 하며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늙음은 죽음과 연결되는 쇠락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늙음의 가치는 화려하게 피어날 준비를 하고, 열정이 더해질 수 있는 젊음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하게 평가되어 왔다. 성숙/익음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늙음에 있지만, 그것도 어느 한계선을 가지는 것이다. 성숙과 익음의 긍정적인 이미지도 중년 정도에 더해질 수 있는 가치일 뿐 늙음에는 어림도 없는 것이다. 늙음은 죽음과 연결되면서, 병/아픔/냄새/외골수 등과 같은 부산물을 낳는다. 이런 부정적인 늙음의 부산물들이 늙음 자체에 대한 비하로 발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 사회도 ‘정년 연장’, ‘청년 실업’ 등과 같은 문제에 있어 늙음과 젊음의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늙은이의 나이는 계속 뒤로 밀리고 있고, 또 더 이상 폭발적인 GDP의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청년들의 구직/실직 문제는 쉬운 해결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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