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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땅콩

by YT

심심풀이 땅콩은 ‘심심함을 풀어주는 땅콩’이라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땅콩’이라는 단어 앞에는 늘 ‘심심풀이’라는 단어가 붙어 다닌다. 건과류를 파는 가게나 마트의 건과류 코너에서도, 노골적으로 '심심풀이 땅콩'이라고 쓴 팻말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 관용구의 기원을 찾아 인터넷을 뒤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과거 기차 안에서 물건을 팔던 홍익회 아저씨들이 만든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심심풀이 땅콩이나 계란 있어요!’. 요즘의 KTX처럼 빠르지도 않고, 모바일 폰도 없던 시절, 고향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은 심심했을 것이다. 멀뚱멀뚱 상대를 바라보기도 그렇고, 계속 바깥 경치만 볼 수도 없고, 그 시절 땅콩은 입의 궁금함을 풀어주고, 우리의 지루함과 심심함을 달래 주기에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중동에도 우리의 심심풀이 땅콩과 비슷한 존재가 있다. ‘해바라기 씨’ – 이란에서 택시를 이용하여 장거리 여행을 할 때, 택시 기사가 내리자 운전석 문에서 우수수 해바라기 씨 껍질이 떨어져 놀란 적이 있다. 땅콩과 달리 그들은 해바라기 씨를 껍질을 까서 입안에 넣지 않고, 껍질 채 입안에 넣고 앞니로 세워진 단면을 살짝 눌러 씨를 뺀 다음, 입안의 껍질은 옆으로 뱉어 버린다. 그래서 택시기사의 운전석 쪽 문에 해바라기 씨 껍질이 무수히 쌓여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중동에서는 ‘심심풀이 해바라기 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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