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항공의 오버 부킹 덕분에 2시간만 자고, 마주한 예루살렘 관광은 슬그머니 다시 찾아온 축농증이 만든 두통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 유명한 예루살렘의 유적이라고 다른 나라의 그것들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다. 아랍의 다른 유적들과 마찬가지로, 작열하는 태양 아래 녹아 흘러내릴 것 같은 숨 막히는 더위를 만들어내는 그런 건물들이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오는가? 그것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몇천 년을 축적한 예루살렘의 다양한 스토리들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높은 밀도의 물질은 상대를 끌어당긴다. 밀도 높은 이야기 덩어리도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올리브 산에 올라 계곡을 타고 아래로 흐르는 수많은 무덤을 보며, 이곳에 묻히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보았고, 마리아의 영면을 묘사한 조각이 있는 독일계 베네딕트 교회를 보면서, 그것을 기념하려는 사람들의 욕망도 보았고, 통곡의 벽으로 가는 길에, 가이드가 설명하는 유리로 보존된 과거 예루살렘의 고대 도시 유적(지금 현재 보다 상당히 아래쪽에 위치함 약 10미터 정도 아래)을 보며, 현재 관광객들의 열망도 보았고, 통곡의 벽을 마주하고 기도하는, 그리고 그만큼 정열적이고 더워 보이는 검은 의복을 입은 유대인의 격정을 만날 수 있었고, 예수가 십자가를 들고 오른 골고다를 오르며, 군데군데 마련된 예수의 정거장마다 세워진 교회와 예수가 짚었던 벽을 같이 짚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도 보았고, 골고다의 종착지 예수의 영묘가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세워진 성묘교회에서 길게 줄지어 늘어선 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고, 기독교인들의 열망도 보았다. 그리고 멀리서 바라본 베들레헴(베드는 빵, 레헴은 집 결국 빵집)에서는 팔레스타인과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높고 긴 콘크리트 벽을 바라보며, 현재 이스라엘의 욕망도 보았으며, 유대인 최초 정착지에 만들어진 거대한 풍차와 멋진 교회를 바라보며, 선조를 기리고자 하는 현대 유대인들의 욕망과, 굳이 그곳에 정착하고 자 했던 1820년대의 최초 유대인 이주자들의 열망도 읽을 수 있었다. 예루살렘은 과거와 현재의 많은 사람들에 욕망이었고, 그 욕망은 거대한 스토리를 재 생산하는 공장의 역할을 하였던 것 같다. 그 열망과 욕망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날씨만큼 커다란 뜨거운 욕망과 마주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