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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잠을 잔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시간 2

by YT

닫힌 문 앞에서 다시 상점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필리핀, 인도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며 만들어내는 웅성거림이 쇼핑몰에 퍼진다. 기도시간이다. 서양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우디는 죽은 시간을 만들어내는 국가이다. ‘시간이 금이다’라는 금언은 이곳엔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인다. 피곤한 시간은 이곳에서 잠을 잔다.

이슬람의 기도 시간이 24시간 균등하게 배분 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 새벽에 한 번, 정오부터 우리네 저녁 먹을 때 까지(약 8시) 네 번이 배정되어 있다. 이슬람은 뜨거운 곳에서 발원한 종교이다. 그들의 일상은 해가 떨어진 후에 시작되고, 기온이 그래도 서늘한 오전까지만 이루어진다. 오후는 하루를 반성하며, 기도하며, 정신을 가다듬는 시간으로 쓰이는 것이다. 어쩌면 이곳의 날씨를 감안하면, 가장 현실적으로 구성된 기도 시간인 것이다. 다시 한번 이슬람의 practical함을 느낀다. ‘무슨 일만 하려면 기도시간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랍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 한 것이다.

제다 외곽 이코노미 시티에서 늦은 오후에 출발하면서 제다 가까운 쪽의 놀이 공원에 형형색색의 조명이 커진다. 밤에 개장하는 놀이 공원, 공포영화에 나오는 괴기스러운 이미지가 나에겐 있지만, 이곳의 일상이다. 놀이 공원도 낮 시간엔 돌아가지 않는다. 밤이 되어서야 사람들이, 아이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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