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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스케일과 효율성

by YT

사우디 전통음식이라 할만한 만디나 마트푼을 먹어 본 적이 있는가?(원래는 예멘 음식이다) 압력솥에 넣고 찐 큰 양(만디)과 어린양(마트푼)을 쌀밥 위에 얹어 주는 요리로, 2-3가지 소스와 생 양파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퍼지게 카펫에 둘러앉아 팔베개로 한쪽 팔을 괴고 뜯어먹는 그 맛은 천하일품이다. 양도 많아서 고기는 어찌어찌 다 먹는다고 쳐도, 그 밑에 깔린 밥을 다 먹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엄청난 양의 밥이 그대로 쓰레기 통으로 버려진다. 우리 직원 중 하나는 사우디가 쌀을 세상에서 가장 많이 버리는 나라에 속한다고 한다. 고기 찐 물과 향이 약간 배어 맛이 있지만, 밥의 양이 상상 이상이라 아무리 아까워도 남길 수밖에 없다.

삼성이 첼시를 후원할 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전까지 첼시의 유니폼 스폰서는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몇 년째 어마어마한 스폰서십 금액을 치르며 스폰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이 첼시에 스폰서십 의사를 타진하자, 지체 없이 철시 측에서 에미레이트 항공과의 스폰서십을 종료해버렸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소위 ‘죽은 스폰서’였기 때문이다. 돈이 많아서 스폰서를 하지만 스폰서로서의 혜택은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을 ‘죽은 스폰서’라고 한다. 보통 스폰서십을 하면 스폰서 금액의 5-8배 정도를 써서, 다양한 스폰서십 활동- Hospitality, 티켓 프로모션, 전시, 광고 등 - 을 전개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중동의 만수르들은 선수들의 가슴팍에 그들 회사의 이름이 박히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최근에 Jeddah Season이 있었고 10월 11일엔 Riyadh Season이 시작될 것이다. Jeddah Season 1달을 지켜보며 그곳에 스폰서십 금액을 투여한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몇 백만 불의 스폰서십 금액을 치르고도, 그냥 버려두는 것이다.

이것이 사우디의 문제다. 리야드도 마찬가지고 제다도 마찬가지지만, 건설이 멈춰버린 건물들이 너무나 많다. 소위 1마일 타워로 전 세계 최고층 빌딩을 타깃 하였지만, 지금은 50층쯤에서 멈추어 제다의 흉물스러운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다. 이코노미 City도 엄청난 땅에 아주 천천히 건물만 10년 넘게 짓고 있다. 그러고도 계속해서 사우디 정부는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니움, 에코시티 등)를 발표하고 있다. 사우디는 스케일을 지향한다. 하지만 그 속에 효율은 없다. 스케일은 효율의 희생 위에 세워진다. 사우디의 스케일 집착은 다소 강박에 가깝다. 왜일까? 아마도 그 답은 정치형태에 있는 것 같다.

사우디를 포함하여 두바이,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은 왜 이토록 스케일에 집착할까? 그것은 많은 일의 진행이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럼 왜 중동의 TOP들은 ‘스케일’에 집착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허세 문화, 돈을 만들어 내는 방식, 졸부 근성, 전근대적인 정치제도, 글로벌화 등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아랍인에게 명예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세부적인 것/작은 것보다는 큰 그림에 익숙하다. 이러한 기질을 가진 아랍 위정자들이 세계 속에 자신의 위상을 드러내고자 하는 전략으로 활용한 것이 스케일이다. 때마침 그들에게는 알라의 선물 석유와 천연가스가 생긴 것이다. 이 스케일 전략이 가장 잘 먹힌 곳은 두바이인데, 스케일은 두바이에서 크리에이티브가 되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스케일은 창조고, 예술이며, 커다란 자기만족이고, 타인을 염두에 둔 허세가 된다.

한편, 큰 스케일은 중동 국가 자체에서 실행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외국의 주요 회사들이 그 실행을 담당하게 된다. 여기에 바로 다른 나라들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자체 노하우는 전혀 쌓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순환은 계속된다. 그들의 스케일은 오래 지속하기 어려운 허깨비 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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