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직원 채용을 위하여 면접을 진행할 때의 경험이다. 이력서에서 고향이 터키 남부 아다나인 것을 알고 KAZIM BUFE를 아냐고 물었더니, 긴장했던 그녀의 얼굴이 밝아지고, 눈동자는 호기심으로 반짝이며, 의자를 앞으로 당겨 느닺없이 하이파이브를 요청했다. 어색하고 딱딱했던 면접이 갑자기 떡볶이를 앞에 둔 친한 여고생들의 수다장으로 변했다.
아다나는 사실 매콤한 아다나 케밥의 고향이다. 터키에서도 아다나는 가지안텝과 더불어 터키를 대표하는 맛의 도시다. 하지만 KAZIM BUFE의 시그너쳐 메뉴는 바나나 밀크셰이크와 수죽(터키식 소시지)이 들어간 토스트다. - 터키에서는 조그만 식당을 BUFE라고 한다 - 가족 휴가로 아다나를 계획하면서, 아다나 출신 직원에게 아다나 케밥이 아닌, 바나나 밀크셰이크를 추천받았을 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골탕 먹이려 하는 것인가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허름한 길거리 식당에서, 컵 없이 빈 생수통에 담아주는 바나나 밀크셰이크는 내가 먹어 본 그 어떤 밀크셰이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환상의 맛이었다. 우리는 처음 맛을 보고, 1.5리터 생수병 4개를 사서 아다나 여행 내내 먹었다.
인터뷰하면서 알았지만, KAZIM BUFE는 당시 30대 아다나 출신이라면 모르면 간첩인 그런 식당이다. 그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버스를 타고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려 매일 들렀던 단골 식당이기 때문이다. 인터뷰했던 직원은 바나나 밀크셰이크와 토스트를 먹기 위해, 학교 끝나면 수시로 친구들과 집 반대편인 이곳까지 왔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고 한다. KAZIM BUFE는 당시 30대들에게 추억의 장소였고, 그 맛은 30대 중반인 지금도 늘 그리운 것이다. KAZIM BUFE는 아다나의 CORE다. 단순한 맛집을 넘어, 아다나 사람들의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했던 맛을 기억나게 하는 곳이다. 그리고 나 같은 외국인이 KAZIM BUFE를 안다는 것은 매우 호기심을 끄는 사건이고, 단박에 그들과 깊은 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소재다. 아다나에 가면 ‘아다나 케밥’ 외에 바나나 밀크셰이크를 꼭 먹어보자. 당신의 터키 현지화 내공이 두배로 올라갈 것이다.
해외에서의 맛집은 단순한 맛집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교민이나 주재원으로 장기간 거주하고, 현지인들과 업무를 같이해야 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맛집은 공통의 이야깃거리를 쉽게 만들 수 있고, 그 맛집의 역사를 꿰고 있는 현지인을 수다쟁이로 만든다. KAZIM BUFE의 경우처럼 맛집은 그 지방, 그 국가의 CORE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