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직원들 간 단합과 유대를 위하여 야유회, 체육대회 등을 기획하게 된다. 그러나 선의로 기획하는 이벤트이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도, 또 계획하는 입장에서도 다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잘 모르는 한국인이 해외에서 외국인 직원들과 '단합대회'를 기획하는 것은 더 부담스럽다.
단합대회와 관련하여, 나의 경험 하나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는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한다. 직접적으로는 한국전쟁 때 전투병을 파견했던 나라이고, 민족적인 면에서도 고대에 같은 조상에서 분리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앙아시아에서 흥한 우리 선조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우리의 직접적인 조상이 되었고,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투르크 민족으로 형성되었다. 그래서 터키는 우리처럼 우랄 알타이 어족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언어 문장의 구조가 매우 비슷하다. 주어가 먼저 나오고 술어가 뒤에 붙고, ‘은는이가’처럼 터키어에서도 조사의 변화가 다양하다. 터키어를 잘한다는 것은 이 조사의 변화를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결정될 수 있다. 이렇게 같은 언어구조를 지니고 있다 보니, 터키인의 성격도 우리와 매우 유사하다. 언어의 구조는 어느 정도 그 민족의 특징을 말해준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터키인들도 우리처럼 다소 급하고 다혈질이다. 교통사고가 나면 어떤 경우 주먹이 먼저 나가는 것이 터키 민족이다.
터키 직원들과 '함맘 목욕'을 회사 이벤트로 기획했을 때, 사실 많이 망설였다. 사전에, 주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터키 목욕탕(함맘)은 가까운 사람들끼리 가는 곳이고, 회사 동료들과 가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선입견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직원들도, 즐거운 분위기에서 같이 목욕도 하고, 같이 때도 밀고, 목욕 후 즐겁게 같이 저녁도 먹고, 그들과 정말 가깝게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터키 함맘에는 완전 나체로 입장하지 않는다. 별도의 개인 탈의실에서 수건으로 아랫도리를 두르거나, 수영복, 혹은 짧은 홑 바지로 갈아 입고 입장한다. 가릴 곳은 가리는 것이다. 함맘에는 우리나라처럼 탕이 없다. 온탕/냉탕이 아예 없고, 가운데에 뜨겁고 널찍한 대리석이 깔린 판이 있어서, 그곳에 드러누워 몸을 지지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아는 이와 잡담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몸을 씻는 것은 별도의 개별 공간이나, 돌판을 빙 둘러 설치되어 있는 수도를 이용하여 개인적으로 몸을 닦는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터키에는 케세라는 문화가 있다.(정확하게 Kese는 때타월이고, 여기에 사람을 나타내는 –ci(지)가 붙으면 때밀이를 말함) 때를 밀어주는 것인데, 함맘에는 때밀이가 있어서, 우리 직원 모두는 순서대로 때를 밀었다. 목욕이 끝나면 수건을 둘둘 두르고 나와서, 차나 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차를 마시며, 수건을 두르고 직원들과 어울려 사진도 많이 찍었다. 이는 여직원들도 마찬가지다.(물론 남녀는 구분된다) 그리고 가까운 식당에서 맥주와 라크를 시켜서 적당히 저녁을 먹고, 우리의 이벤트를 즐겁게 마쳤다.
함맘 이벤트를 통해 내가 느낀 것은, 외국에 살아도 주변의 말을 듣고, 너무 크게 염려하여 무엇을 하지 않거나, 망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예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개별 문화를 떠나, 외국인들과도 공통적인 보편문화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통 감정을 믿고 과감하게 시도해 보는 것도 외국에서 사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