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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May 24. 2021

입이 방정이다

입이 방정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코인에 대한 발언을 두고, 한 신문사는 ‘입이 방정이다’라는 관용구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여기서 방정은 순우리말로 진중하지 못하고 경망스럽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뜻한다. 줄여서 명사처럼 ‘입방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입(말)이 아니라 행동이 그러하다면 방정맞다, 혹은 오두방정이라는 표현으로 주로 사용한다. 한편 우리는 어릴 때 학교에서 주는 상장에서 ‘방정’이라는 단어를 접했는데 – 위 학생은 품행이 방정하고, 학업성적이 우수하여 ~ - 이는 한자어 方正이다. 즉 바르다는 뜻의 긍정 표현이다.

 이 ‘방정’은 순우리말의 적어짐에 대한 나의 가설 - 순우리말은 한자가 전래되면서 지배계급의 하층민과의 구분과 분리의 목적으로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은 줄어들었고,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표현, 욕, 속어 등에서 많이 남아 사용되고 있다는 가설 – 에 매우 적절하게 부합한다.  ‘방정맞다, 입방정, 오두방정’등은 부정적인 의미의 순우리말이다. 한편 ‘방정하다’는 지극히 긍정적인 표현이고, 교육의 현장에서 사용되는 한자어다. 비록 오늘날 교육현장에서 조차 ‘방정하다’는 거의 죽어가는 표현이지만, 공식 사회화 기관으로서 학교에서 이런 단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순우리말의 적어짐에 대한 가설은 힘을 받는다.

 이제 순우리말은 카페 창업을 할 때, 아이 이름을 지을 때, 인터넷 닉네임을 만들 때, 인터넷에서 뒤져야 하는 수고스러운 것이 되었다. 점점 우리의 실 생활과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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