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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Jun 03. 2021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앞, 뒤가 꽉 막힌 피할 수 없는 상황, 아무리 노력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 계속해서 나를 향하는 자극에 스트레스의 온도가 내부에서 치솟는 상황, 그리고 그것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는 원인과 연결된 내 감정의 연결을 끊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팽팽하게 당겨졌던 감정의 끈은 ‘챙!’ 소리를 내며 '휘리릭' 저 멀리 아래로 떨어진다. 하지만 감정의 원인을 찾는 것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나의 적성을 찾는 것처럼,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만큼 어렵다. 모든 것이 그럴듯해 보이고, 모든 것이 그럴듯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원인이 계속 뿌옇게 보인다면 행동을 멈추는 것이 ‘연결을 끊는’ 방법일지 모른다. 멈추면 팽팽하게 당겨졌던 줄들이 느슨하게 늘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중에서 가장 나를 괴롭혔던 주요 원인이 스스로 드러날 수 있다.

내 머리를 조이던 신경의 끈이 느슨해지면,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희열의 감정이고, 동전의 앞이 뒤가 되는 상황이다. 이것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의 순간이다. 니체가 말하는 힘에의 의지가 내부로 향하며, 노예 도덕이 승리하는 순간이다. 이게 우리 凡夫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하지만 위의 관용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끊어서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즐기라고 이야기한다. 이미 마음 상할 대로 상한 관계를 즐기라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즐길 수 있다면, 그는 정말로 신경 줄이 끊어졌거나, 아니면 득도를 하였거나 둘 중 하나다. 피할 수 없으면 감정의 끈을 끊어버리고, 넋을 놓을 수 있지만, 그 상황을 즐긴다는 것은 凡人이 따라 하기 어려운 것이다. 말은 쉽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긴 무척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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