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케밥과 아랍어 찬송가
경계성과 혼종성의 사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의 단어가 완성된 하나의 단어를 구성하는 경우. 나는 실제 그리스를 여행하며 돼지고기 케밥을 먹어봤고, 레바논에서는 하리사의 바실리카 성당에서 우렁차고,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아랍어 찬송가와 설교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케밥은 돼지고기를 피하는 무슬림의 음식이고, 찬송가는 이슬람과는 대척점에 있는 크리스트교 신에 대한 찬양이다. 그런데 그 찬송의 언어가 꾸란의 언어, 아랍어다! 왠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이것은 경계성과 혼종성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과거 찬란한 그리스 문화는 터키 서부 지역까지 포함했지만, 그리스는 중세 때, 반대로 오랜 기간 오스만 터키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비록 그리스가 현재 옥시덴트의 원류로 인정받고 있지만, 지리적으로는 오리엔트와의 경계에 걸쳐있다. 그래서 그리스는 문화적으로 옥시덴트와 오리엔트적인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즉 지리적으로 경계에 위치하고, 문화적으로는 혼종의 특성을 보이는 것이다.
레바논은 어떠한가? 사실 레바논 지역은 기독교 발생 초기부터 하나님 및 예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지켜왔던 오래된 기독교 역사를 가지고 있다. 주변 아랍 국가에 둘러싸여 오랜 기간 기독교의 섬이 되어 있는 곳이 레바논이다. 현재도 레바논 인구의 40~50% 정도는 기독교도이다. 그들의 언어는 그들의 이웃사촌과 같은 아랍어이고, 비록 그들의 이웃과는 믿음이 다르지만, 그들에게 아랍어 찬송가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레바논 역시, 경계성과 혼종성을 그들의 Identity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