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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서예

by YT

서예는 글이 미술과 만나는 접점에 있다. 서예는 글의 내용과 더불어, 형태와 색을 통해 미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복합/경계 장르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한중일 3국과 더불어 아랍에도 서예 문화가 있다. 가끔 아랍과 터키의 쇼핑몰에서 이벤트 전시를 통해 서예를 접할 수 있고, 박물관에서도, 또, 일상생활 곳곳에서 서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아랍 기업들의 로고도 서예 작품인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잘 아는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의 로고 역시 아랍어로 '이마라트'(에미레이트)라고 쓰인 서예작품이다.

아랍에서 서예가 발달한 것은 그들의 종교, 이슬람과 관련 있다. 이슬람은 기독교와 달리 일체의 우상을 만들지 못하도록 꾸란에서 금하고 있다. 그래서 이슬람에선 회화 혹은 조각 같은 장르의 예술이 별로 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슬람에서는 종교적인 신성함과 계도의 메시지 표현은 대부분 서예 작품을 통해 이루어진다. 멋지게 쓰인 아랍어는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서예작품으로 표현될 경우 내용은 깊이를 더하고, 빛을 품은 듯 신성함과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아랍의 서예 작품은 꾸란의 구절이 그 내용인 경우가 많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기독교의 성경 구절이나, 동양 고전의 구절, 유명한 격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의 작품 내용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아랍의 서예는 우리와는 다른 특징이 하나 있는데, 우리의 서예가 글자의 배열, 그사이의 여백 등에서 느끼는 어떤 정화의 감정을 전달하려 하고, 글자 자체에서 느껴지는 미적 감각에 집중한다면, 아랍의 서예는 아랍어를 이용하여 특정 형태를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 형태는 정사각형, 마름모꼴 등 기본적인 도형에서부터, 불꽃, 노 저어 가는 배,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아주 구체적으로 매, 코끼리, 나뭇잎 등일 경우도 많다. 이렇게 아랍의 서예는 글자 자체보다는 글자가 결합된 조형미에 더 미적 무게를 두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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