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구성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by YT

후반부를 읽어가며, 그는 흘러나오는 몇 번의 ‘피식’을 경험했다. 진지하기만 할 것 같은 거장 보르헤스의 개구쟁이 같은 의도가 살짝 보였기 때문이다. 두 권의 독립적인 소설집이 –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과 ‘기교들’ – 결합되어 한 권의 소설책이 되다 보니, 두 소설집의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에 실린 여덟 편은 보다 진지하고, 우주론, 우연성과 같은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 ‘기교들’은 정말 말 그대로 내용과 형식의 기교에 집중한 느낌을 준다. 마치 ‘(뽐내듯) 내가 쓰는 탐정 소설은 이런 거야!’. ‘유다에 대한 이런 생각들도 있을 수 있어!’, ‘아무것도 아니지만 모든 것인 비밀의 세상이 있고’, ‘영웅이 사실은 배신자인 경우가 있다.’라고 목소리를 크게 높이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기교들’에 묶인 단편들이 더 재미있고 좀 더 쉽게 읽히는 편이다.

그리고 서문 – 보르헤스는 각 소설집의 첫 부분에 서문을 두고 있다. 특히 ‘기교들’에서는 후에 서문에 대한 후기를 덧붙이기도 한다. 그가 아는 한 소설에 서문을 붙이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돈키호테] 같은 옛날 소설이거나, 매우 의도적이고 치밀한(서문도 소설의 부분이 되는) 나보코프의 경우 밖에 그는 보지 못했다. 보르헤스는 매우 친절하게도 서문을 추가하여, 그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에 대한 의도와 주제의식에 대한 고민들을 독자들과 미리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읽어가는 독자 입장에서는 단편들을 읽은 다음 다시 돌아와서 서문을 읽어야 서문에 쓰인 보르헤스의 의도를 비로소 알 수 있다. 그는 세 개의 서문을 읽으면서 마치 자신의 읽기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답안지를 살펴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이해와 서문의 내용이 다르면, 그는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서문에서 접한 보르헤스의 의도를 알고 읽으면, 좀 더 이해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인용문 – 그는 인용문에 익숙하다. [픽션들] 전에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단편의 제목 아래에 추가된 보르헤스의 인용문과 [적과 흑]의 인용문들은 쓰인 시간이 다르게 느껴진다. [적과 흑]에서는 각 장마다 인용문이 붙는다. 그가 판단하기에 [적과 흑]은 소설이 완성된 후 각 장에 맞는 분위기의 인용문을 찾아서 각 장의 서두에 마치 장식처럼 붙인 듯하지만, 보르헤스의 경우에는 그 자신이 인용문을 먼저 읽었고, 그리고 그것에 영감을 받아서 단편들을 쓴 듯하다. 지인에게 바친 헌사 문구 외에 [픽션들]에서 인용문이 보이는 단편은 17편 중 ‘원형의 폐허들’, ‘바벨의 도서관’,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주제’, ‘비밀의 기적’, ‘유다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5편이다. 도서관장으로 읽기의 달인인 그가 적어도 이 다섯 편은 직접적으로 인용문의 책과 구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 더욱이 이 인용문 때문에 그는 보르헤스가 ‘읽기’에서 특이점이 왔고, 자연스럽게 그것은 ‘쓰기”로 연결된 것이라고 감히 판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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