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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by YT

어느 날 갑자기, 버스에서 내리며 또 숙소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빼곡히 붙여져, 시야를 가득 메운 메시지들에 놀랐다. 코로나라 각종 주의 사항 및 알림이 더 많이 붙어 있는 듯하지만, 바라봐야 하는 입장에서는(메시지는 꼭 사람의 눈높이에 있다.) 피곤하다. 우리의 읽기에는 관성이 있어서 짧은 시간이라도 줄줄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바깥의 스치는 경치를 보거나, 나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볼 수 없다. 빼곡히 덮인 문자들은 나에게서 잠깐의 한가로움도 느끼지 못하게 한다. 한국은 역시 문자의 나라다. 메시지를 구성할 때, 이미지보다는 Text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간단한 이미지와 더불어, 굵기를 달리해서, 폰트를 달리해서, 색깔을 달리해서 각종 주의 사항과 알림을 텍스트로 전달한다.

하지만 이런 text에는 다른 이면도 존재한다. 법적으로 혹은 회사의 방침으로 붙여야 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도 많을 것이다. 교통법 몇 조에 의거…, 호텔 운영 방침에 따라…,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면피용’이다. 이런 메시지를 붙여 놓음으로써 버스 회사와 호텔은 미래의 사고에 대한 보험을 드는 것이다. ‘나는 충분히 고객에게 사실을 알렸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책임이 없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방송광고(특히 보험 광고들)에서 자막으로 흐릿하게 처리되는 문구들, 광고 끝 부분에 깨알같이 붙어 있는 약관의 조항들…, 이것은 모두 면피 용이다. 책임을 피하기 위한 법적인 장치들일뿐이다. 사람들은 그런 조그만 글씨를 그렇게 짧은 시간에 읽고 이해할 수 없다. 시야를 가득 채운 메시지는 고객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버스 회사와 호텔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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