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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의 눈물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

암 진단을 받은 반려동물과 보호자에게 드리는 이야기

by 아자모노

제가 일하는 동물 암센터 진료실은 유독 눈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담담하게 진단 결과를 듣다가도, 아이의 얼굴을 보면 이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보호자분들이 많습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저는 말없이 휴지를 건네며 함께 숨을 고를 뿐입니다.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별을 상상하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지, 그 눈물 한 방울에 모든 감정이 담겨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면 수의사로서 가장 건네기 어려운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적인 근거로 명확히 증명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수많은 아이들의 암치료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얻은 저만의 확신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보호자의 의지가 아이의 투병 의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보호자가 굳건한 마음으로 "우리 한번 이겨내 보자!" 다짐하면, 아이들도 신기하게 힘든 항암치료를 더 잘 버텨냅니다. 밥도 더 잘 먹고, 산책길에 발걸음도 가벼워집니다. 반면, 보호자가 아이를 끌어안고 매일 눈물로 시간을 보내면, 아이는 눈에 띄게 힘과 의지를 잃어갑니다. 보호자의 슬픔과 절망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것처럼 말이죠. 동물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깊게 우리의 감정을 느끼고 교감하는 존재입니다.


물론, 어려운 현실 앞에서 슬프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경제적인 문제, 간병의 어려움, 아이가 겪는 고통을 지켜보는 괴로움 등 여러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안락사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 어떤 결정도 보호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누구도 비난할 자격이 없습니다. 아이를 위해 가장 고통스러운 고민 끝에 내린 최선의 선택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 하나만은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시든, 아이와 함께하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는 최대한 희망차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해 주세요. 당장 내일의 이별을 준비하더라도, 오늘 아이의 눈을 보며 웃어주세요. 맛있는 간식을 주며 "사랑한다" 속삭여주세요. 그것이 비록 적극적인 치료가 아닌 호스피스 케어일지라도 말입니다.


보호자가 행복해야, 반려동물도 행복합니다. 보호자가 웃어야, 반려동물도 힘을 내어 다시 꼬리칠 의지가 생깁니다. 불안과 슬픔 대신 평온함과 사랑을 선물해 주세요. 그것이 아이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기억일 것입니다.


수의학 통계상 100%의 사망률을 가진 암은 없습니다. 아무리 예후가 좋지 않은 암 진단을 받았더라도, 그 통계를 벗어나는 '기적'은 늘 존재해왔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마세요. 보호자님은 아이의 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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