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들르다
ㅡ 포토에세이 ㅡ
경주 남산에 들르다
소나무 하면 배병우 작가다. 배병우 소나무 중에 만나고 헤어지고 시리즈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좋아 하는데 사진은 분명히 Why(왜) What(무엇) How(어떻게)가 있어야 한다. 지난 가을 날 경주 남산에 들렸다. 한민족의 정한(情恨)이 있는 소나무를 촬영하려고 꼭두새벽에 왔지만, 안개가 없어 은은하고 깊은 맛도 표현해야 하는데 아우라가 없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소나무 사진은 한민족의 오랜 아픔이 있는 이산(離散)의 스토리텔링이다.
일제강점기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민족만큼 만남과 헤어진 민족은 없을 게다. 소나무는 가지와 몸통들이 서로 얽혔다 떨어졌다 한다. 미적인 표현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소나무 모습에서 작가들은 끈질기고 모진 이산(離散)의 아픔을 표현해야 한다. 내가 촬영한 소나무가 제대로 된 사진인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Why, What, How에 대한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울림이 없는 허접한 사진으로 보이는 것 같다. 날씨 탓은 변명일 뿐, 창작의 길은 험하고 외로운 길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