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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ustwons Mar 22. 2024

보름달과 보름빵

[맴 할아버지의 동화 편]

보름달과 보름빵     


  어느덧 겨울이 떠나가려는 듯이 날씨가 매우 포근해졌다. 구정설날도 지나간 지 보름이나 지났다. 동찬이는 친구들과 함께 느티나무 아래에 와 있었다.      


“동찬아! 너의 맴 할아버지는 오늘은 안 오시려나 봐?”     


  동찬의 친구, 칠석은 느티나무 위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정자에 걸터앉아서는 발로 흙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어디 편찮으신 걸까? 벌서 해가 느티나무 끝에 왔잖아!”

“글쎄? 우리 맴 할아버지는 왔다가 가신 거 아닐까?”     


  동찬은 괜히 맴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할아버지 댁으로 찾아가고 싶었다. 이때에 멀리서 소향이가 맴 할아버지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친구는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동찬아~ 저기 칠석의 여동생이랑 함께 오시는 분이 맴 할아버지 아니니?”

“맞아!”     


  동찬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맴 할아버지께로 달려갔다. 친구들도 뒤따라갔다.     


“맴 할아버지~ 이제 오셔요? 어디 편찮으시지 않죠?”

“음, 똥찬아! 걱정되니? 우리 귀여운 소향이 집으로 찾아왔단다. 같이 가시자고 해서 나온다.”

“소향이가 같이 가자고 안 하면 안 오 실 작정이었어요?”

“글쎄다. 일찍이 소향이가 왔단다. 맛있는 잡곡밥을 해 와서 함께 맛있게 먹으며 대화도 나누었지. 소향에게 좀 배워라!”

“뭘 배워요? 저희는 여기서 맴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봐요~ 곶감이랑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배도 가져왔잖아요.”     


  동찬은 칠석이가 들고 있는 바구니를 잡아 챙겨서는 맴 할아버지 코앞에 들이밀었다. 맴 할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지으시면서 소향의 손을 잡고 앞서 가셨다.  동찬이와 친구들은 맴 할아버지의 뒤를 쫓아 따라 걸었다. 느티나무 정자에 이르자 맴 할아버지는 지정된 곳에 앉으시며 소향이를 옆에 앉게 하였다. 이때에 동찬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맴~ 할아버지~ 우리 어디 앉아요? 소향이만 챙기시네요?”

“오빠뻘 된 것이 질투하기는........ 못난 것들.”

“맴 할아버지! 저희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칠석과 친구는 억울한 듯이 맴 할아버지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칠석이랑 동찬의 친구를 바라보시는 맴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마디 하셨다.     


“억울한 모양이구나! 친구라면 운명을 함께 하는 거지. 안 그러냐? 똥찬!” 

“맞아요! 너희들....... 지금 발뺌하는 거니?”

“아니 뭐, 그렇다는 거지. 속 좁게시래 노냐?”

“할아버지!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아셔요?”     


  동찬이는 회피하려는 듯이 화제를 바꾸려 했다. 동찬의 친구들도 맴 할아버지의 대답을 들으려고 했다. 그러자 소향이가 맴 할아버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오늘이 대보름날이에요. 오빠들은 밤에 쥐불놀이 한다고 자랑이에요.”

“오~ 소향이 똑똑해! 왜 대보름인 줄 아니?”

“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날이라 서요. 대보름달이라고 하잖아요.”     


  동찬이는 대단한 일이냐는 듯이 불투명하게 말했다. 맴 할아버지는 동찬이를 빤히 쳐다보면서 되물었다.     


“달이 크게 보이면 대 달, 왕달, 그렇게 말할 것이지. 보름달은 또 뭐냐?”

“어른들이 그리 말하시잖아요? 달이 둥글게 떠있으면 보름달이 떴다고요.”     


  칠석이가 그렇게 말하자 동찬이도 친구도 그렇다고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소향이가 할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달이 둥글면 둥근달이라 말해야지. 왜 보름달이야? 그렇죠?”

“허허, 역시 소향이야, 말 잘했어! 달이 둥글면 둥근달, 반쪽이면 반달, 그리고 초승달은 뭔 말이지?”

“글쎄요? 달이 눈썹처럼 생겼다고 하지 않나요?”

“그것도 맞는 말이지. 하지만 달이 안 보이다가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때를 의미하면서, 깜깜한 그름이 지나고 처음 떠오르는 달을 초승달이라고 말하지. 그리고 초승달은 진리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단다.”

“진리의 시작이라니요?”

“음, 초승달은 새로운 달로 시작을 뜻한다는 거지. 보름달은 그 달에 정점에 위치하고 달이 제 모습을 보이는 때로써, 성경에는 이렇게 말하지. 「초하루와 보름과 우리의 명절에 나팔을 불지어다.」(시편 81편 3절)에 쓰여 있단다. 그래서 보름달이 뜰 때에는 집을 떠난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왔단다. 그래서 추석의 보름달은 온누리에 희망을 비춰준다고 한단다.”

“그럼 대보름달은 요?”

“보름달이란 매월 15일째 되는 날에 달이 온전히 모습을 보인다고 하여 보름달이라 말하는 거지. 15일째를 보름이라 말하지. 그리고 초승달은 그믐에서 2,3일 지나서 달이 나타난다고 해서 초승달, 즉 처음 모습을 보인다고 하는 말이지.”

“그럼 달이 보이지 않는 날도 있나요?”

“그럼, 그믐달(OLD MOON)이란 그 달에 마지막 날을 뜻하지. 그믐이란 달의 마지막 날인 29일이나 30일을 말하는 거지. 그러니깐 달이 삭일(朔日), 즉 매달 첫날을 말하는 것이고, 달이 황도를 지나는 순간이지. 그믐달은 삭일 전날이지. 보름달의 반대가 되는 가장 작아진 달을 말하는 거야. 그리고 그믐달은 보기 힘들지. 새벽에 동쪽하늘에 잠시 보였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란다.”

“와~ 할아버지는 대단하셔요?”

“맴 할아버지! 그럼 섣달그믐은 뭐예요?”

“그건 한국 전래로써,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섣달(음력 12월)이라 말하지. 그리고 그 섣달에 그믐을 섣달그믐이라고 하고 설날을 맞이하기 위한 전날이란다. 설날 전날을 뭐라고 하지?”

“까치설날이에요!”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소향이가 대답을 하자. 오빠들은 까치설날 노래를 불렀다. 맴 할아버지는 오빠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을 듣고 있다가 소향의 귀에 속삭이었다.     


“까치가 집 앞에서 울면 좋은 일이 있다고 말하지.”

“네. 기쁜 소식이랑 손님이 온다고도 말해요.”

“그래, 그래 새해에 기쁜 소식이 오라고 하는 소망으로 까치설날이라 우리나라에서 전해온 거란다.”

“맞아요. 까치는 길조(吉鳥)라고도 말해요.”

“그렇지,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소식이나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알려준다는 것이란다.”

“할아버지~ 뭐예요? 우리만 속 빼고 소향이라만 대화하셔요?”

“노래 잘 들었다. 보름달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마!”

“역시 맴 할아버지이셔요! 오늘은 이야기 안 해주시나 했어요.”

“안 해줄 수 있나? 자자, 자리에 앉아요. 제목은 보름달과 보름달 빵이란다.”

“와우~ 보름달빵! 옛날에도 있었어요?”

“그럼, 대보름날이면 달덩이만 한 빵을 만들어 먹었지.”

“맛있겠다!”

“먹고 싶냐? 공짜가 어디 있나?”

“할아버지~ 여기 곶감이랑 배를 드셔요.”

“고맙다. 이제 먹으라고 하는구나.”

“죄송합니다.”

“죄송했으면 됐어. 자 이야기를 시작하지.”


『6학년 3반 교실에서 웃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복도를 지나가시던 교감선생님은 복도에서 교실창문으로 교실 안을 보고 계셨다. 여자 담임선생님의 자연시간이었다. 


“여러분! 이 시간은 무슨 시간이지요?”

“네! 자연시간입니다.”

“모두들 준비해 오셨지요? 달에 대한 이야기를 발표할까요? 먼저 누구부터 할까요?”

“네! 개똥이가 먼저 하겠대요.”

“오~ 개동이 먼저 해볼까? 앞으로 나오세요!”』     


  이때에 동찬이가 맴 할아버지께 항의하듯이 말했다.     


“왜 개똥이예요? 똥찬이, 개똥이, 뭐 똥똥이예요?”

“허허, 똥찬이 삐졌구나? 그러잖아도 개동이도 반 친구들이 개똥이라 부르는 게 싫어했었지. 나중에서야 싫지 않게 되었단다. 동네 노인들이 조선시대에는 아이들의 이름을 그렇게 많이 불렀다고 말해주었지. 그렇게 부르면 병에도 안 걸리고, 튼튼하게 오래 산다고 하시면서, 개똥아~ 돌쇠야~ 그리 불렀단다. 그 후로는 개동은 친구들이 개똥, 개똥이라 불러도 싫지 않았단다. 알았지? 똥찬아~”

“몰라요!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잖아요.”

“고놈, 심통이 났구나! 자, 자, 개똥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개똥이는 노인처럼 어슬렁어슬렁 교탁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뒷짐 지고는 교실 천장을 바라보더니 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을 했다.


“밤중에 마당으로 나왔지. 별들이 반짝이었지. 그리고 저 멀리 달이 보였어. 난 달을 향해 달렸지. 언덕을 따라 달렸지. 그런데 달은 점점 멀어져 가는 거야. 왜 그러지? 내가 싫은가 하고 생각했지. 그게 아니었어! 집과 산 때문이었어. 그러니깐 달은 꽤 멀리 있었던 거야. 그래서 집과 산이 내게로 오면서 달이 멀리 가는 것처럼 보였던 거지.”

“그래, 맞아~ 달을 향해 달리면 달이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던 거지.”


  반 친구들도 그렇다고 맞짱을 뜨며 말했다. 다시 개똥은 교탁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말했지.  


“난 멈춰서 달을 유심히 보았지. 달 속에 달토끼가 방아 찍고 있는 거야. 언제 보아도 똑같은 거야. 그래서 백과사전으로 찾아보았지. 달은 지구를 돌며 자전한다는 것이었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달이 자전하는 것과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이 같다는 거야. 그래서 같은 모습만 보인다는 거였지. 그래서 우린 방아 찍는 달토끼만 보게 된 거야.”

“그렇구나! 달의 뒷부분은 볼 수가 없겠다.”

“그런데, 지구도 자전을 하니깐 달을 매일 볼 수가 있다는 거야. 그리고 매일 보는 달의 모양이 바뀌거든, 그것은 달이 지구를 돌면서 달의 위치가 바뀌게 돼서 그렇다는 거야. 그래서 달이 작아졌다가 커져다가 그런다는 거지.”

“맞아! 그래서 삭달,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 등이 있는 거야.”

“그래서 달이 보이지 않다가 다시 나탈 때에 초승달에서 보름달이 될 때가 그달의 15일 되는 날이란 거야. 그리고 다시 보름달이 되는 동안을 한 달이란 거지. 그러니깐 한 달이 29일이었다가 30일이 된다는 거야.”

“그래, 한 달은 28일, 29일이거나 30일, 31일이라 하잖아!”

“그런데, 달이 지구를 도는데, 약간 일그러진 타원형 궤도를 돈다는 거야. 그래서 가장 지구 가까이 있을 때에가 달이 가장 크게 보인다는 거지. 그 달을 정월 대보름달이라고 해! 그러니깐 음력으로 1월 15일이 달이 가장 크게 보이지. 그리고 다음으로는 8월 한가위, 추석날에도 보름달이 크게 보이지.”

“맞아! 추석 때도 달이 크게 뜨는 거였어.”

“너희들 정월 대보름날에는 뭘 먹는 줄 아니?”

“그야~ 보름빵이지.”

“그래, 맞아~ 대보름달을 상징하는 보름달 빵이지. 그 빵 속에는 뭐가 있는 줄도 알아?”

“뭔데? 팥 아냐?”

“아니지~ 보름달 빵에 여러 가지 곡류, 땅콩, 호두, 잣 등 다양한 것을 빵 속에 넣어주거나 빵 표면에 붙여주었다고 해!  한 해를 건강하라고 말이지. 달토끼가 방아 찍었다고 하면서 말이야.”

“우와~ 개똥이 그런 거 어떻게 알았어? 동네 할아버지가 알려준 거야?”

“그래, 맞아~ 이상으로 내가 알아본 것 이뿐이다.”


   개똥이는 선생님께 큰 절을 하고는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반 친구들을 박수를 치며 재미있었다고 외쳤던 것이었다. 그러자 교감선생님이 지나가시다가 교실 안을 살펴보신 것이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조용히 시키고는 말했다.


“어때요? 잘했죠? 역시 개동이는 어디서 그런 방식으로 발표를 할까요?”

“개똥이는 동네 할아버지랑 놀아요. 그래서 할아버지처럼 말한대요.”

“오~ 개동인 동네 할아버지와 친하군요. 할아버지들이 좋아하겠어요. 그렇죠?”

“네! 그래서 할아버지들이 개똥아~ 하고 불러요.”

“개똥? 하하 옛날에는 그렇게 부르는 일이 많았어요. 개똥이 복 많이 받겠네요. 자자, 오늘은 여기까지 수업을 마치겠어요.”』     


“어때? 너희들도 재미있었지?”

“네, 재밌었어요. 개똥이~ 재미있는 친구네요!”

“그렇지? 너희들도 개똥이 본받기 바란다. 자주 놀러 오고 알았지?”

“네! 맴 할아버지~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셔요. 그리고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세요.”

“그래, 그래, 다음에 보자!”     


  맴 할아버지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셔서는 소향이와 함께 느티나무 정자에서 떠나가셨다. 점점 멀어져 가는 맴 할아버지와 소향을 바라보며 동찬이와 칠석이 그리고 친구는 느티나무 정자에 남아 있었다. 오늘 밤에 쥐불놀이를 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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