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동화 편]
지난밤에 눈이 소리 없이 내렸다. 장독 위에도 지붕 위에도 하얀 눈 모자를 쓴 것 같았다. 나무들도 하얀 눈옷을 입었다. 산에도 들에도 길에도 하얀 눈들이 덮여 있어서 모두 똑같았다.
늦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돌이는 눈이 내려서 신바람이 났다. 강아지도 좋아서 하얀 눈 위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야단이다. 돌이는 마당으로 나와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다녔다. 돌이는 주먹만 한 눈덩이를 만들어서 굴렸다. 돌이는 눈덩이를 굴리며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녔다.
돌이가 굴리던 눈덩이는 돌이만큼이나 커졌다. 돌이는 뒷산으로 눈덩이를 낑낑대며 굴려서 올라갔다. 돌이는 뒷산 언덕 위에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어느새 날이 점점 어두워져 갔다. 돌이는 뒷산 언덕 위에 눈사람만 홀로 남겨두고 집으로 내려갔다. 눈사람은 뒷산 언덕 위에 홀로 남겨져서 차가운 달빛을 받으며 마을에 집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뒷산 언덕 위에는 갈참나무 한그루가 외롭게 서있었다. 돌이는 갈참나무의 친구가 되라고 눈사람을 언덕 위에 만들어 놓았다. 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와 눈사람 옆에 있는 갈참나무의 가지 위에 앉았다.
“너는 왜 여기 혼자 있냐?”
부엉이가 눈사람에 말을 걸었다. 눈사람은 멀뚱 거리며 말했다.
“나는 처음부터 여기 있었단다.”
“다른 사람들은 다 집으로 갔는데 왜 너는 여기서 밤을 새우고 있니?”
“아니, 나는 사람이 아니야 눈사람일 뿐이야. 여기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야. 추운 겨울에는 아이들도 나를 보며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몰라. 나는 겨울에만 사는 눈사람이거든.”
눈사람이 그렇게 말을 했다. 하늘에는 총총하게 별들이 반짝이며 눈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부엉이도 멀리 마을의 불빛을 바라보며 울어댔다.
“부엉~ 부엉~”
부엉이의 울음소리는 밤바람을 타고 산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와 마을로 퍼져갔다. 별들도 마을의 아이들의 꿈속으로 찾아가 반짝이는 꿈나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돌이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도 뒷산의 언덕 위에 서서 고요한 밤에 행복의 눈바람을 살랑살랑 뿌려주었다. 돌이도 창가로 들어온 달빛을 받으며 쌔근쌔근 잠들었다. 꿈속에서 돌이는 눈사람과 하얀 구름을 타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눈꽃송이를 뿌려주는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