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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ustwons Sep 22. 2024

15. 이름이 주는 의미

[맴 할아버지의 동화 편]

15. 이름이 주는 의미  

   

   무더운 여름이 가고 살랑 가을바람이 불어와 정자의 수영버들가지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정자 앞에 광장에서는 동찬이랑 친구들이 빙글빙글 자전거를 타고 돌고 있었다.

  그때에 소향은 오빠 칠석이랑 무엇인지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정자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동찬은 자전거를 돌려 칠석에게로 갔다.     


“칠석아! 그 큰 바구니는 뭐니?”

“응? 송편이랑 전이야~”

“그런데 꽤 무거워 보이는데?”

“뭘 꼬치꼬치 묻니?”

“어디로 가져가는데……. 여기로 와?”

“응, 맴 할아버지가 집에 안 계셔서........”

“여기도 안 계셔!”     


  동찬은 자전거에서 이미 내려서는 정자를 향해 손으로 가리켰다. 소향과 칠석인 가리키는 동찬의 손끝을 보았다.       


“오빠! 손끝이 왜 그래? 왜 멍들었어?”     


  소향이가 동찬을 쳐다보며 말했다. 동찬은 곧 손가락을 허리 뒤로 감추었다. 이때에 동찬의 친구들이 자전거를 탄 채로 몰려와 동찬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때에 소향이가 멀리서 맴 할아버지가 걸어오시는 걸 발견했다.     


“오빠야~ 그만해라! 저기 맴 할부지 오신다.”     


  동찬의 오빠들은 자전거를 멈추고는 내렸다. 그리고 맴 할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맴 할아버지가 다가오면서 한 마디 하셨다.     


“허허, 니들~ 왜 똥찬이 주변을 뱅뱅 돌고 그러나?”

“똥찬? 어휴~ 냄새가 지독해!”     


  동찬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손으로 자기들의 코를 꼭 잡고는 흉내를 냈다. 동찬은 친구들을 밀치고는 맴 할아버지께 다가갔다. 그리고 양손을 허리에 대고서 앞을 막고는 입을 악물고 섰다. 맴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동찬의 이마를 콕 찍어서는 또 한 마디 하셨다.     


“어딜 가로막아서! 버르장머리 없이~”     


  동찬은 이마를 손으로 만지면서 고개를 크게 숙여 맴 할아버지께 절을 했다. 그리고 옆으로 물러섰다. 맴 할아버지는 한번 크게 헛기침을 하고는 동찬과 친구들을 뒤로하고는 정자로 가셨다. 동찬이가 맴 할아버지 꽁무니를 따라가고, 동찬의 뒤를 친구들이 줄줄이 자전거를 끌며 따라갔다. 소향은 칠석오빠랑 같이 맨 뒤에 따라갔다.

  정자에 도착한 맴 할아버지는 동찬이를 쳐다보면서 지팡이로 의자를 가져오라고 지시를 했다. 동찬은 정자에서 좀 멀리 있는 의자를 잽싸게 가져와 맴 할아버지가 앉으시도록 바싹 대놓았다. 맴 할아버지는 의자에 앉으시고는 동찬과 친구들을 두루 살피듯이 쳐다보시더니 지팡이로 앉으라고 지시를 했다. 그러자 동찬과 친구들은 정자의 돌 바위에 조르르 앉았다. 칠석은 바로 옆에 있는 탁자를 가져와 맴 할아버지 앞에 놓았다. 소향은 탁자 위에 큰 바구니를 놓고는 보자기를 걷어내었다. 맴 할아버지는 턱을 앞으로 쑥 내밀고는 바구니를 쳐다보았다.     


“할부지~ 우리 엄마가 추석 음식을 가져다 드리래요.”

“오~ 소향이 기특하군. 이 할부지 생각 했어~”

“집에 안 계셔서 여기 계신 줄 알고 들고 왔어요.”

“어딜 갔다 오신 거예요?”


  칠석이가 덧붙여 말했다. 그때에 동찬이가 앞으로 나오면서 말했다. 맴 할아버지는 동찬이를 쳐다보면서 빙그레 웃으셨다.      


“왜, 그리 웃으셔요? 징그럽게끔.”

“똥찬아~ 네 엄마가 불러서 네 집에 갔었지. 네 집에서 아침 먹고 커피도 마시고 그리고 왔지.”

“울 엄마가요? 전 왜 몰랐죠?”

“넌 그만 좀 돌아다니 거라. 아직도 꼬맹이 때처럼 쏘다니나? 그래 아침은 먹고 다니니?”

“먹었어요. 친구들이랑~”

“그러니깐 네 엄마가 걱정을 한단다. 아침은 꼭 먹고 다녀라~ 똥찬!”

“에그, 똥찬똥찬~ 근데 무슨 얘기예요? 이름이 주는 의미가 뭔데요?”     


  그러자 동찬의 친구들도, 소향이도 입술에 침 바르며 매우 궁금해하였다. 맴 할아버지는 자세를 바로 하고는 헛기침을 하시더니 입을 여셨다.     


“조선시대에는 말이다. 아이들이 아프지 말고 잘 자라라고 이름을 천박하게 부르곤 했단다. 예를 들면, 개똥이, 떡쇠, 뚝심이, 말순이, 등등 말이다.”

“그래서 절 똥찬이라 부르는 거예요? 아프지 말라고요?”

“허, 허, 심통이 났군. 넌 애칭으로 부르는 거야. 얼마나 정감 가니!”

“정감은 무슨 정감! 개뿔~”

“소향아! 동찬이가 좋니, 똥찬이가 좋니?”

“맴 할부지 말이 맞는 거 같아요. 똥찬하니깐 친근감이 들어요.”

“그렇지? 봐라~ 소향이도 뭔가 알잖니! 똥찬아~ 개똥찬이라 불러줄까?”

“됐어요. 그냥 똥찬이라 부르세요. 소향이 너 보자~ 소똥향이라 불러줄까?”

“할부지~ 똥찬오빠가 절 괴롭혀요.”

“똥찬이가 속이 좁아서 그렇단다. 큰 인물이 못되겠다. 정말로 똥밖에 못되겠네. 그치? 소향아!”

“네! 똥찬오빠는 참똥찬이에요.”

“오호~ 소향이 똑똑해! 참똥찬? 멋진데.”

“맴맴 할아버지! 그만하시죠? 야~ 우리 가자!”     


  동찬은 친구들에게 여기를 떠나자고 말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너무 재밌다고 하며 더 있겠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했다.       


“봐라! 친구들을 좀 닮아라. 참똥찬~”

“소향이 너~ 두고 봐!”     


  소향이 오빠 칠석이는 팔짱을 낀 채로 소향이랑 동찬이를 번가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때에 소향이가 송편을 하나 집어서는 맴 할아버지께 드렸다.     


“할부지요, 송편을 좀 드셔요.”

“그래, 너희들도 송편을 먹어라. 맛있다.”     


  그제서 눈독을 들였던 송편에 동찬의 친구들은 번개같이 하나씩 송편을 집어 들었다. 멀뚱하게 서 있던 동찬에게 소향이가 송편 하나를 집어 동찬에게 주었다. 동찬은 송편을 씹으면서 소향의 얼굴 가까이 대고는 빙글 웃었다. 그러자 소향은 방긋 웃으며 좋아했다. 이를 바라본 맴 할아버지는 슬슬 이야기를 할 셈이었다.     


“자, 자, 이제 이야기를 해볼까? 너희들 이걸 알아야 해! 세상이 생기기 전에 말이다. 아무것도 없었지. 그때에 창조자이신 하나님은 ‘빛이 있어라!’ 하고 명령을 했단다. 그러자 빛이 생기면서 사방에 어둠이 갈라지고 공간이 드러나고 시간이 시작되었단다. 그런데 말이야. 어둠을 ‘밤’이라 하시고 밝은 곳을 ‘낮’이라고 명하셨단다. 무슨 말인지 알겠니?”

“그러니깐 밤과 낮을 정해주셨네요.”

“그렇지, 똥찬이~ 어둠을 밤, 밝음을 낮이라 이름을 주셨지. 그리고 낮과 밤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나타난 거란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가는구나.”

“소향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란다. 시간이 정해진 거란다.”

“어떻게 시간이 정해져요? 흘러가는 거지요.”

“허허, 칠석아! 그렇지 않아요. 시간이 흘러간다면 하나님의 때가 처음과 끝이 어찌 정해지겠니?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거지.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가면서 낮과 밤이 이루어지니깐 시간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거지. 마치 기차를 타고 달리면서 밖을 바라보면 말이다. 기차는 가만있는 것처럼 느끼고, 바깐 풍경들이, 전봇대랑, 집들이랑 뒤로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그러나 한자에서는 시간(時間)이라고 말하는데, 잘 표현한 것이지. 시간공간이 정해져 있지. 그런데 만물과 인간 등은 공간 속에 갇혀 있으며, 그 공간이 시간의 철로길을 달리고 있는 거란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말이 잘 설명해주고 있는 셈이지. 시간이 흘러간다면, 과거나 미래는 의미가 없는 것이 돼지.”

“와~ 시간의 레일을 우리가 사는 공간이 이동을 한다? 신기하다!”

“허~ 친구들 좀 이해가 되는구먼, 소향인 이해가 되니?”

“아뇨! 뭔 소린지 몰라요. 어떻든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름의 의미란 뭐예요?”

“그래, 그리고 그 공간에 물을 나누어 그 사이에 공간을 ‘하늘’이라 이름하셨지. 진화론에서도 생물이 물에서 생겨났다고 그리고 진화해서 오늘의 다양한 생물들이 생겨났다고 말이다. 그러나 좀 이상하지 않니? 뭔가 비논리적이란 말이다.”

“맞아요. 학교에서 진화론에 대해 말할 때에, 흑암 속에 번개가 쳐서 물에 생물이 발생했다고 말해요.”

“그걸 너희들은 믿니? 막연한 논리라고 생각되지 않니? 거짓말들이 다 그렇게 막연한 생각을 하도록 이끌지.”

“맴 할아버지 말씀을 들으니 그런 거 같아요! 뭔가 의문이 들어요.”

“그래서 지혜가 필요한 거지. 지혜는 스스로 얻는 게 아니란다. 그건 그렇고, 하늘과 땅과 바다를 부르시고 정하셨지. 즉 하늘과 땅과 바다의 한계를 정해주었지.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말이다. 각종의 식물과 동물을 만드실 때에는 그 이름을 정해주시지 않았단다. 나중에 아담이 그 이름을 지어주었지.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하나님과 같은 권능을 가졌다는 의미를 말하는 거야.”

“왜요? 이름을 얼마든지 짓는데.......”

“똥찬! 아무렇게나 이름을 지으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아니?”

“어떤 결과요?”

“혼란이 오지. 세상이 왜 혼란스러운지 아니? 아무렇게나 하부로 이름을 짓기 때문이지. 특히 진화론자들은 말이다. 유인원의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 아니? 발견자의 이름을 붙이거나, 장소의 이름을 붙이지. 그래서 뭔 소리인지도 모르면서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지. 그래서 참 지혜를 얻지 못하는 거야. 모든 이름에는 그 의미를 두어야 하는 거란다. 그래야 혼란이 안 생기는 거지.”

“소향아! 넌 뭔 소리인지 알겠니?”

“몰라! 그래도 흥미로워~”

“거봐라~ 소향은 오직 이름의 의미를 알고 싶은 거야. 봐라! 에덴동산에 아담이 있을 때에 하나님은 아담의 지혜를 보시려고 각종의 동식물의 이름을 지으라고 했지. 성경에는 말이다. 특히 사람의 이름에는 의미가 있단다. 첫 번째로 태어난 ‘가인’이란 이름은 소유하다, 획득하다를 의미하지만, 더 정확한 것은 유랑자,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자가 되리라고 하나님은 정하셨지. 이처럼 인간들의 이름은 특별한 것이었단다. 그 대표적인 이름은 바로 예수란 이름이지. 예수란 의미는 ‘하나님의 구원자’이란다. 이 이름은 천사가 직접 마리아에게 아들의 이름을 지어준 것이란다. 그 외에도 많지. 조선시대에도 왕의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에는 특별한 의미로 지어주었단다. 그래서 사람이 태어날 때에 이름은 함부로 짓지 않고 유명한 분이나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소가 생긴 거란다.”

“그렇잖아요? 그러니깐 제 이름은 동찬이에요. 똥찬이 아니라고요.”

“허, 허, 네가 맨 날 쏘다니니....... 어찌 똥찬 일수밖에 없지.”

“제가 어딜 쏘다녀요. 다 이유가 있어요. 참~”

“그럼, 동찬이라 불러주지. 사람은 다 자기 이름을 귀하게 생각해야 해! 부모가 아무렇게나 지은 듯하지만, 꼭 그렇지 않단다. 다 하나님의 뜻 안에 있는 거란다.”

“그럼 작명소도 하나님의 뜻 안에 있어요?”

“오~ 칠석이, 잘 지적했다. 작명소에는 인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단다. 그들은 날과 때를 맞춰서 이름을 짓지. 그래서 그 이름에 따라 점도 보고, 운명도 살피고 그러는 거야. 하지만 이러할지라도 하나님은 외면하시지 않는단다. 그 이름을 들어 쓰시기도 하신단다. 하나님은 온유하신 분이시기 때문이지. 어때? 이름에는 의미가 있는 이유를 말이다. 이 모든 이름 위에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시기 때문이란다.”

“할아버지는 교회도 안 다니시면서 성경이야기를 많이 아셔요?”

“똥찬! 젊었을 땐 교회에 열심히 다녔지. 이 늙은이가 교회에 뭔 도움이 되겠니? 거추장스러울 뿐이지. 소향이~ 오늘은 너무 재미없었지?”

“아뇨! 할부지 말씀은 늘 재밌어요.”

“그래, 소향에겐 따로 더 재밌고 쉽게 이야기해 줄게~”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맴 할부지께 듣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할아버지~ 그럼 사람뿐만 아니라 개 이름도 의미가 있나요?”

“오~ 좋은 지적이야. 만물의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지. 이름은 존재의 의미를 주거든. 산과 들에 나무와 들풀까지도 말이다. 예수가 이렇게 말했지? 하늘을 나는 새도, 들에 풀들도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치지 못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개 이름을 붙이는 것에는 개 주인의 정신이 들어있는 거란다. 그래서 개 이름을 함부로 짓고 부르면 결국에는 그 개 주인에게 돌아가게 되는 거지. 개에는 운명이 없지. 개 이름을 자꾸 부르는 개 주인의 운명이 실물화가 되는 거란다.”

“실물화가 뭐예요? 어떻게 이름이 실물화가 되어요?”

“오~ 칠석이 좋은 질문이야. 아담이 선악의 열매를 먹은 후에 하나님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하셨지? 몸은 그렇지. 하지만 그 인생에 있었던 것들은 결코 지워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단다. 반드시 심판 날에 다 토해내고 말지. 아주 작은 소리도 말이다. 왜냐하면 그 작은 소리까지도 사탄은 듣고 이용하거든, 인간이 죄를 짓는 것은 모두 사탄에 의한 것이야.”

“거 봐요! 똥찬, 이렇게 부르시니........ 사탄에 의한 것이잖아요?”

“허~ 거참, 똥찬이 매우 불만이야! 그럼 더욱 똥똥찬할까?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생각을 먼저 아시거든....... 그래서 때때로 사람을 쓰시는 거지. 너희들 마음을 곱게 가져라~ 알았지?”

“네, 명심하겠습니다.”

“자, 자, 그럼 이만들 가거라. 소향이랑 칠석인 여기 남고....... 내가 꼭 줄게 있단다.”

“뭔데요?”

“허~ 똥찬아, 친구들이랑 가거라. 가서 신나게 놀아!”

“치~ 맴 할아버지 미워요! 얘들아~ 가자!”     


  동찬이는 친구들이랑 자전거를 타고는 씽 하고 떠났다. 그리고 소향과 칠석은 맴 할아버지와 송편과 전을 드시면서 주머니에서 작은 선물을 주셨다. 소향은 곧바로 선물을 뜯었다.     


“맴 할부지 고! 이거 할부지가 만들었어? 예쁘다!”     


  소향은 맴 할아버지가 만든 작은 목각인형을 들고 너무 좋아서 빙그르 돌았다. 칠석은 뜯어보지 않고 빈 바구니를 들고 맴 할아버지께 절하고는 소향이랑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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