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동화 편]
아침부터 온 식구가 바쁘다. 오늘이 웅이네가 이사 가는 날이었다. 웅이는 엄마와 아빠를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학교에 가야만 했다. 웅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엄마는 웅이에게 쪽지를 주면서 말씀하셨다.
“웅아, 수업이 오전에 끝나지? 끝나면 이 쪽지를 보고 찾아오너라.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단다. 버스로 두 번째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알았지?”
“응, 알았어.”
웅이는 쪽지를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가방을 메고 학교를 갔다. 수업 중에도 웅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쪽지를 만지작만지작거렸다. 갑자기 선생님이 웅이를 부르셨다. 깜짝 놀라 웅이는 벌떡 일어섰다.
“웅이는 무슨 생각을 하나요?”
선생님이 웅이에게 물으셨다. 웅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대답을 했다.
“아, 예?”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었나요?”
“아무것도요.”
드디어 수업이 끝났다. 웅이는 교실의 뒷문을 열고 일등으로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웅이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정문을 향해 달렸다. 달리는 웅이의 등에 멘 책가방은 뭐가 그리 신바람이 났는지 깡충깡충 뛰었다. 웅이는 학교 정문을 나오자 엄마가 적어준 쪽지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곧바로 집을 찾아 나섰다. 웅이는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잠시 후에 버스가 오자 웅이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좌우로 흔들며 가고 있었다. 웅이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 새로 이사 간 집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웅이는 이사 갈 때마다 새 집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번에는 어떤 집일까?”
웅이는 엄마가 말한 대로 두 번째 정류장에서 내렸다. 웅이는 엄마가 준 쪽지에 적힌 주소를 보며 새 집을 찾아 나섰다.
“이 동네에는 골목들이 참 많다.”
웅이는 혼자 중얼거리며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가며 집집마다 문패를 보고 쪽지에 적힌 주소를 비교했다. 웅이는 골목을 돌고 돌며 다 찾아보아도 쪽지에 적혀 있는 주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웅이는 골목을 돌고 돌아 큰길로 나왔다.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웅이는 큰 길가에서 쪽지를 손에 든 채로 그만 울고 말았다. 그때에 한성여고 누나들이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우르르 내려오고 있었다. 길가에서 울고 있는 웅이를 발견한 누나 몇 명이 웅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왜 울어요?”
“집을 찾을 수 없어요.”
웅이의 손에 들고 있는 쪽지를 가져다 본 누나들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잘 모르겠다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한 누나가 예쁜 손수건을 꺼내어 웅이의 얼굴에 눈물자국을 닦아주었다. 다른 누나는 근처에서 파는 붕어빵을 사 와서는 웅이에게 먹으라고 손에 지워주었다.
“배고프지? 가까운 파출소에 가보자.”
웅이는 누나가 준 붕어빵을 입에 물어 한입 먹었다. 한 누나가 웅이의 손을 잡아주며 파출소를 향해 걸어갔다. 다른 누나들도 웅이의 뒤를 따라 걸었다. 웅이는 누나들을 따라 파출소에 왔다. 순경 아저씨는 누나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웅이의 쪽지를 살펴보고서 웅이에게 이름을 물었다. 순경 아저씨는 웅이의 이름과 주소를 일지에 기록하고는 웅이에게 여기서 기다리자고 말했다. 누나들은 붕어빵이 있는 봉지를 웅이에게 주면서 웅이의 어깨를 토닥토닥해주면서 말했다.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한성여고 누나들은 웅이의 손을 잡아주면서 파출소를 떠나갔다. 파출소에 혼자 있게 된 웅이는 긴 나무의자 위에 앉아서 붕어빵을 먹고 있었다. 잠시 후에 엄마가 파출소로 찾아오셨다. 웅이는 엄마를 보자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러나 웅이는 엄마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재빨리 손바닥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웅이는 태연하게 엄마를 쳐다보았다.
“집을 못 찾았구나? 그럼 옛집에라도 가있지 그랬어?”
웅이는 창피했지만 당당한 모습을 내보이면서 엄마가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이 동네에는 골목들이 너무 많았어. 그래도 찾을 수 있었는데 누나들이 여기로 데려온 거야.”
웅이가 큰소리쳤다. 순경 아저씨들이 모두 웅이를 쳐다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그래, 우리 웅이가 못 찾을 리 없지.”
웅이의 엄마는 순경 아저씨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웅이도 순경 아저씨께 인사를 했다. 그러자 순경 아저씨는 웅이에게 윙크하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웅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파출소를 나와서 새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