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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지팡이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할아버지의 지팡이


어느 마을에는 멋쟁이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외출을 할 때에는 미국에 사는 아들이 보내준 지팡이를 꼭 들고 다니셨다. 할아버지는 중절모자를 쓰시고 멋쟁이 양복을 입으시고 지팡이를 팔에 걸치고는 꼿꼿하게 걸음을 걸으셨다.

어느 날, 아이들이 공놀이하다가 공이 지붕 위로 올라가버렸을 때에는 할아버지는 아들이 보내준 지팡이로 공을 꺼내어 주셨다. 또 어느 날에는 아가씨의 손가방을 훔쳐 달아나는 소매치기를 할아버지는 아들이 보내준 지팡이로 소매치기의 목을 걸어 잡아서는 혼을 내주시고 아가씨의 손가방을 찾아 주셨다. 또 어느 날에는 물가에서 물놀이하다가 떠내려 가는 것을 보시고는 할아버지는 아들이 보내준 지팡이로 아이를 걸어서 물에서 건져주셨다.

마을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보면은 인사를 하였다. 만일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가면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걸어서 혼내주시곤 하셨다. 또는 할아버지께 인사를 예쁘게 하면은 할아버지는 주머니에서 맛있는 사탕이나 과자를 주시곤 하셨다. 그리고 가끔은 아이들을 정자에 모아놓고는 할아버지는 지팡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하셨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지팡이, 미국에서 아들이 보내준 지팡이에는 이야기가 가득하구나 하고 생각을 하였다.


"칸트 선생은 매일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지팡이를 들고 저녁 산책을 다니시는데, 마을 사람들이 칸트 선생에게 인사를 하지. 우리 친구들처럼 말이다. 그러면 칸트 선생은 농담을 하나씩 들려주곤 했단다. 어느 날에는 젊은 청년 한 사람이 칸트 선생에게 인사를 하며 칸트 선생의 소매 끝이 헐어져 있는 것을 지적했더니. 그때에 칸트 선생은 허허 웃으면서 하신 말이 뭔 줄 아니?"

"뭔데요?"

"이 젊은이~ 어찌 내 소매로 새어 나오는 지식을 훔져보는가?"

아이들은 재밌다고 까르르 웃었다. 그리고는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소매를 살피고 자기들의 소매도 살피면서 서로 이렇게 말했다.

"야~ 너희들은 왜 내 소매에서 지식을 훔쳐보는가?"


마을의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부를 때에는 '멋쟁이 지팡이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할아버지는 밝은 미소를 지으시면서 중절모자를 벗어서 반기셨다. 마을에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존경하며 마을의 훈장님이시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마을에는 나쁜 아이들이 없으며, 이웃 마을에서도 부러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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