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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립니다.

[知詩]

by trustwons

기다립니다.


어둠이 깊은 밤

차가운 온돌 위에 누워

아리고 괴로움 중에

찢겨진 문풍지 사이로

희미하게 비추는

달빛으로 호흡하며

사랑의 주님을

바라보며 기다립니다.


매서운 찬바람

몰아쳐 와서 감싸여도

시리고 떨리는 마음

허수아비처럼 꼿꼿이

너는 베드로니라

하늘 아버지가 아시니

사랑하는 주님

부르심을 기다립니다.


세월이 살같이

지나쳐 황혼이 깊은데

허(虛)하고 공(空)한 마음이

창공에 뜬 구름처럼 살며

노년에 허연 머리

주님이 내게 오셔서

나를 믿느냐

말씀대로 기다립니다.


새벽에 해오름

비추어 천지를 품듯이

늙은 몸 살가운 마음

어여삐 보시는 아바

허물(驉物)처럼 산 세월

이처럼 사랑하시니

아바 아버지

부르며 기다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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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물(驉物) = 짐승보다 못한 한갓 물질에 지나지 않는, 생도 없고 의식도 없이 오직 물욕(物慾)에 빠져 살아온 세월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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