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운이 좋은 거라고 스스로 세뇌시키기
나도 인식 못했지만 나는 내가 기억 못 하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해왔던 생각이 딱 하나 있다. 나는 그리 잘난 것 같진 않지만 확실한 거 하나는 나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해 왔다. 그 시초는 잘 모르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부유하진 않지만 가난하지도 않은 집안 현명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것도 운이요, 하나 있는 남동생도 생각해 보면 나한테 대들지도 않고 말 잘 듣는 것도 운이라고 생각했다.
특목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돼서 갑자기 나에게 유리하게 진학조건이 바뀐 것도 내 운이 작용했다고 생각했고, 주위에 좋은 친구들만 과분하게 많다고 느끼는 것도 다 운이라고 생각하는 등 세세하게 따지고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운을 좋게 타고난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몇몇은 노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운이 좋은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나는 나에게 주어진 환경,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함을 느끼며 항상 살아왔다.
오죽했으면 초등학생 때는 나를 위한 수호천사가 있다고 믿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덕에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기본적으로 장착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실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좋은 일들만 있겠는가. 학창 시절 잠깐이지만 은따를 당한 적도 있었고 최근엔 공무원이 안 맞아 퇴사한 전적도 생겼다. 하지만 은따를 당한 건 '그런 아이들의 처지를 나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구나' 생각했고, '공무원을 해봐서 다행이다. 어떤 곳인지 알았고, 또 해봤기에 미련 없이 내 인생을 다시 설계할 수 있게 됐구나'라고 생각해서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또 생각해 보면 왕따도 아닌 은따를 당한 것, 그리 긴 기간이 아니라 단 6개월 체험식으로 해본 것이었고, 공무원 생활도 생각해 보면 내 마음이 힘들었지, 일 자체도 어려운 게 없었고 만난 상사분들은 모두 좋은 분들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운이 좋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호주를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크게 걱정은 들지 않았다. 이렇게 운 좋은 사람인 내가 힘들어봤자 얼마나 힘들겠어. 설사 힘들면 이 길이 아닌갑 보다 하고 다시 한국 가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주에 온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